조현병(정신분열증)과 당뇨병의 '연관성'에 주목한 최초의 연구 결과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첫 메타분석 결과는 정신병 증상을 처음 경험하는 '초발 정신병(first-episode psychosis)'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 및 혈당조절 장애와의 관련성을 포착해 냈다.
건강한 사람보다 항정신병약에 치료 경험이 없는 초발 정신병 환자에선 '당뇨병 전단계(prediabetic states)'를 암시하는 비정상적인 생물학적지표가 빈번히 발견됐기 때문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영국 국가의료서비스기관(NHS Trust) Benjamin Ian Perry 박사는 "이번 결과는 비정상적인 혈당조절과 정신병 사이엔 내인적인 관련성(intrinsic link)이 있음을 말해준다"며 "조현병 환자들은 동반질환의 부담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들 환자에서 비정상적인 혈당지표가 확인된다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결과는 국제의학저널인 '란셋 정신의학(Lancet Psychiatry)' 10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초발 정신병 내당능장애 '5배 이상'↑…뿌리 공유?
메타분석에는 총 1137명, 12개 증례대조군 연구가 포함됐으며, 초발 정신병 환자에서 '전당뇨병 마커' 혹은 '당뇨병 진행'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무엇보다 당뇨병과의 연관성을 따져보기 위해 비교적 젊고, 동반질환과 항정신병약물에 노출된 경험이 적은 이들을 대상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에선 제2형 당뇨병의 내인적인 염증질환 발생경로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 대비 30% 이상까지 당뇨병이 발생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공복혈당(FPG) 지표를 놓고는 초발 정신병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8개 연구에선 초발 정신병 환자군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대조군보다 평균 0.30 유닛 높았다.
또한 경구당부하검사(OGTT)를 통한 내당능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를 평가한 7개 연구에선, 초발 정신병 환자군에서 내당능장애가 평균 1.31mmol/L가 차이가 났다. 이는 환자군의 이질성을 고려해 분석 결과, 초발 정신병 환자군에선 내당능장애의 위험비가 5.44배 증가한 것이다.
연구팀은 "대상이 된 환자들의 비만 여부로는 이번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조현병과 당뇨병 사이에 내재적인 연관성을 공유한다는 가설은, 일단 염증성 발생기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물질대사 취약성에 초점…'아이디어 색다르네'
한편 동 학술저널엔 논문 공개와 동시에 답변이 달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캐나다 워터포드병원 Mehrul Hasnain 박사는 "해당 주제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밝힌 논문이 드문 상황에서, Perry 박사팀은 해당 키워드로 검색된 1015개의 논문 중 주제에 부합하는 12개의 논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며 "앞으로 항정신병약을 투약해야 하는 모든 환자에는 당뇨병 연관성과 관련 물질대사 평가(metabolic assessment)를 진행해 봐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환자에선 약물 이상반응과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 등에 초점을 잡았지만, 이들에서 물질대사의 취약성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