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신경외과는 기피과로 꼽히고 있는 제2의 흉부외과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비정상적인 의료시스템 개선을 부르짖으려고 한다."
이달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 대한신경외과학회 장진우 신임 이사장(세브란스병원)의 각오는 비장했다.
장 이사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신경외과가 '생존의 기로'에 있다고 진단하고 신경외과 경쟁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는 "의대생들 사이에서 생명을 다루는 외과계는 모두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며 "실제로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내년도 전공의 확보율을 사전 조사해봤더니 과거와 달리 70%대에 머물러 있었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겠지만 기피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올해 레지던트 전기모집 결과 신경외과는 92명 정원에 79명이 지원해 지원율 87%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는 외과(82%)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인 것.
척추수술 유행으로 지원율이 해마다 고공행진을 했던 신경외과에 대한 전공의들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다.
장 이사장은 "수련과정이 힘들고, 전문의를 땄을 때 비전이 보이지 않는 과는 전공의들이 오지 않는다"며 "신경외과 역시 수술을 주로 하는 만큼 힘들고 응급환자 때문에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의 궁극적인 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신경외과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게 장 이사장의 생각.
그는 "미국은 신경외과, 흉부외과 의사가 가장 인기 있다. 칼을 잡는 진료과는 수명이 짧고 일의 집중도가 높은데 그걸 인정하는 것"이라며 "공보험 체제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과에 대한 수가가 전반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경외과는 교통사고 외상 환자를 비롯해 고령화 사회에서 뇌질환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경외과가 기피과로 전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생명의 소중함에 가치를 두고 의사를 하더라도 현재 시스템이라면 신경외과에 미래는 암울하다"고 털어놨다.
장진우 이사장은 임기 동안 신경외과 경쟁력 향상에 주력할 예정이다. 임상 현장에서 뇌와 척추를 모두 할 수 있는 전공의를 배출해내는 것이 일차 목표다.
그는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배우는 내용과 전문의 자격을 딴 후 시장에 나갔을 때 진료내용 사이 괴리가 상당하다"며 "현장감 있는 내용의 연수교육을 개설하고, 수련 내용에도 추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신경외과 의사들이 비교적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재교육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신경외과 위상 강화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보험과 대외협력 분야를 적극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장 이사장은 "일례로 MRI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으면 수가를못 받게 돼 있는데 흉부를 전공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도 뇌MRI 판독을 위해서는 있어야 한다. 불합리하다"며 "잘못된 급여기준이 너무 많다. 하나씩 따지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의사로서 사명감, 소명감으로 일 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아니다"라며 "전반전인 의료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