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음파진단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빨리 ‘Made In China’로 가는 것이 맞다.”
지난 1일 폐막한 ‘제76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Autumn 2016)에서 만난 알피니언 메디칼시스템 중국법인 임규봉 총경리는 저가경쟁과 자국 의료기기 사용 정책까지 맞물려 외국기업들이 생존하기 힘든 척박한 중국시장에서의 돌파구를 이 같이 제시했다.
올해 3월까지 삼성메디슨에 근무하다 5월 알피니언 중국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규봉 총경리는 ‘상전벽해’처럼 급속히 발전한 중국 의료기기 수준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메디슨 중국법인 근무 당시만하더라도 제대로 된 중국 초음파진단기 로컬기업이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시절에는 GE헬스케어·알로카 등이 해외시장에서 아웃된 초음파진단기를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은 마인드레이(mindray)·소노스케이프(SonoScape)와 같은 몇몇 중국 기업들의 제품력은 다국적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당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임규봉 총경리가 분석한 중국 초음파진단기시장은 3급 병원(상급종합병원)과 2급 병원(종합병원)시장을 놓고 외국기업과 중국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주로 하이엔드·프리미엄급 장비를 사용하는 3급은 여전히 GPS(GE·PHILIPS·SIEMENS)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2급 병원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 로컬기업들의 중저가 초음파진단기가 시장을 장악했다.
이 대목에서 알피니언 중국법인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3급·2급 병원시장을 각각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비유하자면 알피니언은 그 위치가 애매하다.
이유인 즉, 알피니언은 GPS와 같은 외국기업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하이엔드·프리미엄급은 아닌 미들레인지급 장비시장에 주력해왔다.
장비 가격 또한 상대적으로 중국 로컬기업 초음파진단기보단 비싸지만 GPS보다는 낮다.
알피니언 중국법인이 CMEF Autumn 2016에서 선보인 ‘E-CUBE 5’는 바로 중국 로컬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저가 초음파진단기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신제품.
임규봉 총경리는 “그동안 중국 로컬기업들이 저가경쟁을 펼치는 시장에는 진입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알피니언 장비 가격의 반값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은 저가 초음파진단기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시장을 무시할 순 없다”며 “E-CUBE 5는 중국 로컬기업 초음파진단기와 경쟁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보인 저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E-CUBE 5는 중국 정부의 자국 의료기기 사용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날로 까다로워지고 고비용이 드는 CFDA(한국 식약처에 해당) 수입인허가 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이는 철저히 ‘Made In China’ 전략으로 중국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겠다는 알피니언의 의지를 담고 있다.
임규봉 총경리는 “중국 정부가 자국 의료기기 사용을 적극 장려해 병원들도 외산 장비 구매를 꺼리고 있다”며 “초음파진단기 역시 미들레인지급 아래는 대부분 중국 제품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CUBE 5는 일단 수입허가를 받아 출시했지만 내년 말 정도 중국 내 조립생산으로 제조허가를 받고 내후년부터는 본격적인 Made In China 제품으로 생산·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 정책과 의료기기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이대로 가면 큰 일 나겠다 싶었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중국 초음파진단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빨리 Made In China로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