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학회가 토론회를 주최하면서 공개적으로 항암신약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타질환과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데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대한암학회(이사장 김열홍, 고대의대)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암 환자의 경제적 고통과 소통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 암학회는 국내 항암 신약의 접근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국내 암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질환 환자들에 비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항암신약이 타 질환 신약보다 보험급여율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학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을 기준으로 암 치료제는 29개 항목이 급여화된 반면 다른 치료제는 67개 항목이 급여화 됐다.
암학회 오승택 부회장(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암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상황으로 항암신약의 보험 급여율은 다른 질병의 신약 대비 절반 이하"라며 "항암제의 경우 신약이 나오면 급여율이 떨어지는데 이는 곧 국민건강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오 부회장은 "보험등재 기간의 경우도 OECD 20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항암신약이 보험에 등재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601일인데 반해 OECD 국가 평균은 245일에 불과하다. 반드시 이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암학회는 까다로운 급여기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정부가 학회 등 전문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해주지 않고 제한적으로 급여해주는 등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암학회 김태유 학술위원장(서울대병원)은 "항암신약이 설사 급여가 된다고 해도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며 "약제를 쓰다보면 보험과에서 쓰지 말라고 전화가 오는 건 흔한 일"이라고 회상했다.
김 위원장은 "일례로 유방암치료제 중 허셉틴이라는 약제가 있다. 이 약은 해외에서는 보조요법과 수술 전후 전 과정에서 쓸 수 있또록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술 전과 일부 1차 진료에서 제한적으로 급여를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우리나라는 보험을 생색만 내는 형태로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형평성 문제로 부담 "펀드 도입 검토"
암학회의 공개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타질환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제도 개선에 난색을 표했다.
더욱이 항암신약의 경우 보험급여를 적용할 경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복지부 고형우 보험약제과장은 "신약에 대한 보험적용 여부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적 유효성인데 평가가 대단히 어렵다"며 "항암제의 경우 한해 청구액이 8000억원인데 만약 신약 1항목을 급여화할 경우 1000~2000억원이 소요되기에 판단이 대단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특히 항암제의 경우 급여액은 많고 혜택은 적게 돌아가는 것이 문제로 여겨진다"며 "대안으로 보험급여 대신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과 같은 펀드를 도입해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고 과장은 다른 선진국들과 보험등재 기간이 현저히 긴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고 과장은 "신약에 대한 보험등재 기간을 언급하는데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자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등재기간이 짧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며 "우리나라가 보험급여를 검토하는 항암신약은 모두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들로 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국내제약사가 항암신약을 개발한다면 미국처럼 등재기간이 짧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