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급여화가 진행된지 두달만에 대학병원들이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급격히 낮아진 초음파 가격으로 오히려 대학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가 몰리고 있어 점점 더 원내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A대학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28일 "이러다가 산부인과 문 닫겠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라며 "초음파 충격파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적자과로 눈치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병원 내에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며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커지니 보람은 커녕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다수 대형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급여화 전부터 우려되던 상황이 더욱 악화돼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과거 관행수가보다 수가가 반 이하로 책정되면서 오히려 환자들을 흡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문제는 급여화로 대학병원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라며 "예전에 20만원 넘던 초음파가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결국 예전에 돌렸던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더 적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일부 병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들은 협력 병의원 등으로 유도하는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고위험 산모나 중증 환자 외에는 환자를 포기하고 있는 셈. 어떻게 보면 저절로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C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국 자체적으로 고위험, 중증 환자가 아니면 최대한 진료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환자들을 설득해 1, 2차 기관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병원 스스로 환자 유치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며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급여화 시행 전에 우려했던 삭감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에서도 일정 시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B대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는 고위험 산모 등이 많아 더 많은 스크리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횟수 제한 등 제도화에 따른 삭감을 많이 우려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심평원도 현재 상황을 알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여기에 삭감까지 해대면 정말 아예 포기 선언이 나올 정도"라며 "오죽하면 그 깐깐한 심평원이 손도 대지 않고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