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 반입이 생물무기금지협약이나 수출관리법 등의 발효일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균주 반입과 관련한 서로 다른 법 해석을 근거로 여전히 적법과 위법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일 메디칼타임즈는 각 사가 주장하는 메디톡스의 균주 반입을 검토한 법률 자문 결과를 입수, 분석했다.
대웅제약의 주장은 메디톡스가 1979년 당시 보툴리눔 균주를 국내 반입한 행위가 위스콘신주법에 따른 민사상 절취행위/형사상 절도, UN 생물무기 금지협약 조항, 미국 1979년 수출관리법, 한국 검역법 등에 위반된다는 게 핵심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생물무기금지협약이나 수출관리법 등의 발효일이 균주의 반입 시점 이후이기 때문에 균주의 반입이 실정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다.
▲위스콘신주법(절도)
논란의 시발점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자사 보유 균주에 대해, 원 소유자인 미국 위스콘신대학과 "구두로 계약했다", 동 대학으로부터 "공여를 받았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구두 계약이나 공여를 입증할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촉발된다. 위스콘신대학의 동의없이 균주를 반출했을 경우 위소콘신주법의 절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민사상 절취행위(Wrongful taking)은 소유권을 침해당한 소유자가 침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절취행위의 시효는 행위 시점으로부터 6년 안에 반환 청구가 이뤄져야 한다. 단 행위자가 위스콘신주 밖에 있을 경우 행위자가 위스콘신주에 돌아올 때까지 시효가 중단된다.
메디톡스는 양규환 박사가 귀국하던 1979년 2월은 톡신제제산업이 활성화되기 전이고 보툴리눔의 공여가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이는 위스콘신대학교 담당교수인 에릭 존슨도 인정하는 사항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균주 취득의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그 균주를 가지고 온 양규환 박사가 공중파 방송 인터뷰에 통해서 '실험실에서 사용하던 균주를 이사짐에 그냥 넣어왔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들어 공여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인터뷰에 따른 양규한 박사 본인의 해명이나 위스콘신 대학이 발행한 근거가 있어야만 공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
이 주장을 인용하면 양 박사가 균주를 반입한 시점은 30여 년 전이지만 위스콘신주법에 따라 위스콘신주를 떠나있는 동안 시효는 정지, 여전히 처분 가능성이 남아있게 된다.
▲UN 생물무기 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
생물무기의 제조, 이동 등을 금지한 생물무기 금지협약을 두고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견을 보인다. 메디톡스는 해당 협약이 2002년 시행됐다는 점에서 양규환 박사의 균주 반입 시점인 1979년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
반면 대웅제약은 금지 협약이 미국이 1972년 서명했고 1975년 3월 발효된 만큼 법에 저촉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금지 협약의 예외조항이다. 생물무기 금지협약이 평화 목적 이외의 생물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 등을 금지하지만 질병예방, 보호 또는 기타 평화적 목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제10조에는 평화적 목적의 세균(생물) 연구 활동 분야에 있어서 경제적, 기술적으로 발전하거나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법의 발효 문제를 떠나 메디톡스의 균주 반입은 예외 조항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1979년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 of 1979)
수출관리법 2402조는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엄격히 제한된 물질은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 법이 1979년 발효된 만큼 메디톡스의 균주 반입 시점과 일치한다는 입장.
반면 메디톡스는 이 법의 실제 발효일은 1979년 9월 29일로, 균주를 반입한 양규환 박사가1979년 2월부터 카이스트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져 이마저도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가축전염병예방법(시행 1961년 12월 30일)
시행 당시,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0조는 가축의 전염성질병의 병원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환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보툴리눔 균주를 가축 전염성질병의 병원체로 규정할 수 있냐는 점. 해당 조항이 전염성질병의 병원체를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디톡스는 보툴리눔중독증은 법제정 이후 현재까지 가축전염병으로 규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가축의 전염성질병 병원체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경기 포천, 연천 지역에서 발생한 가축 322마리의 폐사 원인으로 보툴리눔 독소증이 지목된 바 있다.
▲한국 검역법(시행 1977년 1월 31일)
검역법은 검역조사를 실시함에있어 검역관에게 허위서류 제출을 금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양규환 박사가 위험물로 분류된 보툴리눔 균주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판단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개정 검역법이 2003년 시행되면서 보툴리눔중독증을 검역전염병으로 신규 지정했다는 근거로 이마저도 이유없다고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