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A를 타깃하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 유방암약 벨리파립(veliparib)이, 2상임상에서 주요 생존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Brocade'로 명명된 2상임상 결과, '효과 입증 실패'가 아닌 생존율 개선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벨리파립은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애브비의 기대 품목. 애브비는 "벨리파립의 대규모 3상임상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한다"면서 기대를 접지 않았다.
현재 벨리파립은 국소적으로 재발하거나 BRCA1 혹은 BRCA2 변이가 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 등의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병용전략으로 평가가 진행 중이다.
▲항암제 효과 척도 'PFS'와 'OS' 개선에 아쉬움=DNA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인 PARP를 억제하는 벨리파립은, 암세포의 손상 회복을 막는 작용을 한다.
해당 임상에선 총 290명의 환자가 대상이 됐다. 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에 벨리파립을 추가한 97명과 위약군 99명(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에 위약 추가), 벨리파립+테모졸로마이드 투약군 94명으로 분류했다.
연구에 등록된 이들의 절반 이상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였으며, 약 40%가 삼중 음성 유방암, 일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였다.
암환자에서 항암제의 효과 판정 척도가 되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OS)'이 1차 평가변수로, 객관적 반응률(OR)이 2차 평가변수가 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벨리파립은 PFS와 OS 개선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PFS 개선은 벨리파립 치료군에서 14.1개월로, 위약군은 12.3개월과 유의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 OS 개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벨리파립 치료군은 28.3개월, 위약군은 25.9개월로 나타난 것. 또 객관적 반응률도 벨리파립 치료군은 77.8%, 위약군은 61.3%로 확인됐다.
▲안전성 합격점 "벨리파립 병용에 독성 증가 없었다"=주요 생존율 평가지표에 주춤한 애브비가 주목한 것은 안전성 대목이었다.
기존 항암요법에 벨리파립을 추가했음에도 문제가 되는 독성의 증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도 백혈구 감소증으로, 위약군이나 벨리파립 치료군 모두에서비슷한 수준이었다.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애브비 항암사업부의 프로젝트 책임자는 "해당 연구엔 환자군마다 약 90명씩 배치가 됐지만, '통계적 유의수준(0.05 미만의 P값)'을 만족하는 PFS의 개선을 찾는데 일부 제한이 있었다"면서 "다만 벨리파립을 추가하는데 부작용의 증가가 없어서 PFS와 OS에 긍정적인 양상을 확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진행되는 대규모 3상임상에서 PFS와 OS 지표의 개선에 타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 않았지만 3상임상의 규모는 이러한 주요 평가지표에 유의한 차이를 입증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BRCA 양성 유방암 치료법은 제한된 치료옵션으로 젊은 연령대에 국한된 경향을 보이며 많은 진전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BRCA1과 BRCA2에 변이가 있는 환자에선 벨리파립과 같은 PARP 억제제의 등장이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외받던 PARP 억제제 시장 "뜨거운 감자 급부상"=그동안 PARP 억제제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받던 항암약 계열이었다.
현재 시장에 론칭된 PARP 억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난소암약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가 유일한 상황. 이마저도 FDA가 난소암 환자의 10~15%를 차지하는 BRCA 양성 환자들에 승인을 결정한데 따른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사가 보유한 PARP 억제제 파이프라인을 근거로, 앞으로 해당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화이자가 전립선암약 엑스탄디(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의 개발사인 메디베이션 인수를 통해 가져온 '탈라조파립'을 비롯해 미국 제약사인 테사로의 '니라파립', 항암제 전문 제약사 클로비스의 '루카파립' 등이 포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