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항암제의 치료 혜택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였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승인된 항암 신약들이, 기존 치료 옵션 대비 임상적 혜택이 뛰어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렵의약품청(EMA)이 승인한 62개 항암제를 비교 분석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엘리아스 모시알러스(Elias Mossialos) 박사의 의견이다.
이들 항암 신약은 전체 생존율 연장에 대한 기여도는 인정되지만 실질적 혜택을 두고선 "얘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연구를 내놓은 모시알러스 교수는 작년 1월,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국제회의'에 연자로 방한한 보건재정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모시알러스 박사는 "이번 결과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신규 항암제들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언제나 우월한 임상적인 치료 혜택과 안전성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의료학술지인 JAMA 2016년 12월 2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3개월 여' 늘어난 생존기간…"항암제 30% 생존 연장 근거 부족"
연구는 간단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항암 신약들이 비싼 만큼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는가"하는 궁즘증이었다.
즉, 약값이 비싸서 환자에 접근성이 낮다면 해당 약을 사용하는 일부의 환자엔 약가를 정당화할 큰 혜택을 제공하냐는 물음이다.
이에 전 세계 신약 승인의 양대 축을 이루는 FDA와 EMA가 11년 동안 승인한 신규 항암제의 치료 혜택을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비교 대상은 2003년 당시까지 사용했던 기존 치료 옵션.
총 62개의 신약 성분이 평가 대상에 올랐는데, 이들에선 항암제 효과 판정의 척도가 되는 전체생존기간(OS)과 삶의 질(QoL), 안전성 개선이 비교됐다.
그 결과, 62개 항암제에선 평균적으로 3.5개월의 OS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OS 평가지표를 들이댔을 때 약 30%의 항암제엔 기존 치료 옵션 대비 생존 연장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분석이었다.
이는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끝마칠 수 없는 환자에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이 대목에서 신규 항암제들의 가치엔 의문이 따른다"고 밝혔다.
다만 항암신약들의 혜택과 위험에 대한 확증적 자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항암제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전제로 달았다.
▲항암제 마다 OS 개선 혜택 '제각각'…16개 "기존 옵션과 뭐가 달라?"
논문에 제기된 항암제들의 비용 효과성은, 어떤 결과를 내놨을까.
미국과 유렵에서 승인된 62개의 항암제에는 영국과 프랑스, 호주의 53개 항암제 데이터도 함께 평가됐다. 그 결과 약 80% 암환자의 생존기간과 삶의질, 안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암 재발에 상관없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약 3.5개월 늘린 것. 생존기간을 3개월 이상 늘린 항암제는 23개, 6개는 3개월 미만에 그쳤다.
더욱이 8개 항암제는 생존기간 연장 혜택에 대해 알려진게 없었다. 또한 62개 항암제 중 16개가 기존 치료 옵션에 비해 OS 개선과 관련한 의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부분이다.
논문엔 "항암제의 유형에 따라 전체 생존기간 혜택이 다르게 나타났다"면서 "이를 테면 갑상선암약은 OS 연장이 없었던 반면, 유방암약은 평균 OS를 약 8.5개월 연장시켰다"고 결과를 언급했다.
이 밖에도 22개 항암제가 삶의 질 개선을 보였지만, 24개 항암제는 내약성은 좋았지만 오히려 환자의 부작용 등 안전성이 악화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한편 런던정경대 모시알러스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신약으로 확대해, 약값과 관련 개별 약물의 가치를 따져보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