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3월부터 명찰법이 시행되지만 아직까지 명찰에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위법령이 없어 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체 가이드라인까지 등장했다.
바뀐 의료법 4조 5항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의료인, 의대생,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는 3월부터 명찰을 달아야 한다. 단, 응급의료상황, 수술실 내인 경우, 의료행위를 하지 않을 때 등의 상황에서는 명찰을 달지 않을 수 있다.
이 법을 위반했을 때 정부는 의료기관장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의료기관이 이도 따르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이어질 수 있다.
명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만들도록 위임하고 있지만 아직 하위법령이 나오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명찰법 관련 하위법령은 16일 차관 회의를 거쳐 다음주 초쯤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만들라는 건가…3월부터 시행 맞긴 맞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법 시행 날짜가 다가오자 의료현장에서는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A이비인후과 원장은 "듣기로는 전문과목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하는데 법 조항만 봐서는 명찰에 어떤 세부적 내용까지 담아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B내과 원장도 "법안에는 면허종별만 기재하라고 돼 있는데 우리 의원에 들어오는 영업사원이 돌리는 참고자료에는 전문의 자격을 쓰라고 돼 있다"며 "3월부터 명찰법이 시행되는 게 맞긴 한건가"라고 반문했다.
명찰에 담아야 할 내용이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들어있는 자체 가이드라인까지 등장했다. 이 지침에는 법을 위반했을 때 벌칙금(과태료 100만원)까지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세부법령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업계에 등장한 것은 비공식적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의사의 경우에는 명찰에 전문의 명칭과 이름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내과 전문의라면 명찰에 '내과 전문의 OOO'이라고 써야 한다. 전문의 여부를 굳이 노출하지 않고 그냥 '의사 OOO'라고만 명찰에 넣어도 된다고 지침은 설명하고 있다.
사무장이나 코디네이터, 피부관리사 등의 인력은 법에 저촉되는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명찰 착용이 선택적이다. 간호조무사는 간무사로 줄여서 쓰면 안된다. 명찰은 꼭 한글, 실명으로 만들어야 한다.
명찰법 비난 목소리 여전 "전면 거부하자"
물론 명찰법 그 자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명찰법을 '개목걸이법'이라 비하하며 "자유와 자존, 명예와 전문가의 권위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통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의사들에게 명찰법 전면 거부를 제안한다"며 "명찰법은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대국회, 대정부 로비 결과이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는 성형외과의사회를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아예 복지부를 찾아가 명철법 시행 유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치과 의료기관의 현 상황을 무시한 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영섭 부회장은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명찰법은 치과의료기관과 대국민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현재 개원가의 치과위생사 구인난이 매우 심각해 전체 치과 의료기관 34%에서 간호조무사만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찰법이 시행되면 치과의료기관 70% 이상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치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 해결이 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