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의료기기업체는 장비 구매 전까지 갑과 을의 위치에서 계약을 진행한다. 하지만 정작 장비 도입 후에는 병원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대병원 의공학과 노정훈 교수가 밝힌 장비 구매계약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의공사들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한 이유다.
노 교수는 지난 26일 대한의공협회가 개최한 ‘제6회 병원 의료기기 안전관리자 교육’을 통해 의료기기 안전관리 실무책임자인 의공사들이 장비의 합리적인 도입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역할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만 하더라도 의료기기업체들이 병원과의 구매계약 과정에서 외국보다 통상 3배 비싼 장비 가격을 제안했다”며 “가령 처음에는 300원을 제시했다가 200원짜리 견적서를 가져오고 이후 협상을 통해 최종 150원에 병원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가격 정보가 공개되다보니 의료기기업체들이 처음부터 장비 자체로 큰 마진을 안 남기는 대신 유지보수에서 가격 가치를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기기는 위험관리 비용이 있는 만큼 도입 후 사후관리를 위한 (유지보수)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구매계약 단계부터 전략을 잘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교수는 실제 부산 A병원 사례를 들어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병원은 고가의 30억원짜리 장비가 고장 나자 공급업체에 수리를 요청했다.
이에 수리를 마친 업체는 A병원에 장비 부품과 인건비를 포함한 1일 수리비로 3000만원을 청구했다.
고가의 수리비용에 놀란 A병원 관계자는 해외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교체된 부품가격이 470달러에 불과한 사실을 알고 업체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업체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원래 그렇게 받는다”게 전부였다.
노정훈 교수는 “업체는 A병원에서 해당 장비를 1주일 운용 시 진료수익이 얼마인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며 “병원 입장에서 당장 장비를 운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업체가 수리비용으로 3000만원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를 공급한 업체는 병원 장비 운용 현황을 파악해 1일 수리비용을 (장비 운용에 따른) 1일 진료수입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병원 내 의료기기 도입은 구매계약부터 사후관리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