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 표적항암제가 치료 반응률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름아닌 '진행성 호르몬 양성(HR+)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를 겨냥한 CDK4/6 억제제 항암신약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CDK4/6 억제제가 해당 환자들에 최적의 옵션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약을 써도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비반응군을 사전에 가려내기 위해선 바이오마커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
다만 최근 바이오마커 임상에 차질을 빚은 쪽은 선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가 아닌 후발 '리보시클립(제품명 키스칼리)'이었다는 게 관전 포인트다.
올해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된 연구는, 1차 옵션으로 리보시클립과 레트로졸을 병용 투약한 환자군에선 치료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골자였다(초록번호 Abstract CT045).
기전상 차이는 있지만 최근 약평위를 통과하며 급여권 진입이 점쳐지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 같은 면역항암제들도 급여기준에 'PD-L1 발현율(TPS)'이 바이오마커로 지명되며 명암이 갈린바 있다.
결국 치료반응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지정하므로써,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 치료 비반응군이나 내성을 가진 환자를 가려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들 항암 신약들의 가격이 고가인 만큼 비용효과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이유에서다.
입랜스 대항마 리보시클립, 바이오마커 규명에 차질
화이자제약의 입랜스가 2015년 상반기 신속심사를 통해 CDK4/6 억제제 시장을 개척한 가운데, 올해 3월경 노바티스가 입랜스의 대항마를 내놓는다.
동일 약물 작용기전을 가진 만큼 전 세계 약 5만명의 처방 환자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되는 입랜스의 시장이 곧 리보시클립의 시장.
그런데, 입랜스를 겨냥한 노바티스의 CDK4/6 표적항암제 리보시클립은 첫 번째 바이오마커 분석 연구 결과에서 실패를 맛봤다.
임상에서 효과를 검증받은 만큼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규명해 차별점을 가져가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기대와 어긋난 것이다.
더욱이 이번 결과가 지난 달 미국FDA의 리보시클립 시판허가 근거자료로 사용된 'MONALEESA-2 임상'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눈에 띄는 점이다.
MONALEESA-2 임상 중간분석 결과에 따르면, 레트로졸과 리보시클립을 함께 사용한 환자에선 레트로졸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44% 가량 개선하면서 전체 생존기간(OS)도 유의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시아인 68명이 포함된 리보시클립의 하위분석 연구에서도, 항암제의 효과 판정 척도인 PFS를 비아시아인 대비 70% 개선시키며 학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학회에서 해당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6개의 관련 바이오마커를 비교 분석해봤지만, 위험비에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6개 바이오마커 저울질…PFS와 관련성 없어"
리보시클립의 바이오마커 규명 연구에선 Rb 및 p16 단백질의 발현여부를 파악했다.
가설은 이렇다. Rb는 '약물 내성'과 p16 단백질이 소실된 환자에선 '약물 민감도'에 밀접한 연관성을 보일 것이란 추측이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479명의 환자에서 Rb 발현율을, 405명에선 p16 단백질의 발현율을 분석했다.
이외 386명의 환자에서 CDKN2A, CCND1, ESR1 발현율을, 463명에 Ki67 단백질, 417명에선 PIK3CA 단백질의 수치를 각각 측정했다.
분석 결과는 애초 가설과 달랐다.
치료반응률을 반영할 것이라 여겼던 이들 바이오마커와 PFS 연장 혜택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수드대학 파브리스 안드레(Fabrice André) 박사팀은 "치료반응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에 CDK4/6 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해, 특정 바이오마커를 규명해내는 연구들은 이미 몇 건이 실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진행될 연구에선 치료제 사용에 적합한 환자를 걸러내기 위해, CDK4/6 억제제와 관련한 부수적인 환자 모니터링이나 일부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비용을 줄이는 게 최종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