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서 환자와 대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명찰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간호조무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명찰을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원장과 간호조무사들 사이에 갈등도 빚어지고 있어 일선 개원의들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A내과의원 원장은 "지난달 말 유니폼을 교체했는데 교체하는 순간까지 간호조무사들의 불만과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며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바꾸라니 바꿔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털어놨다.
그는 "확연히 간호조무사들이 위축된 것이 눈에 보이니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며 "다른 원장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부분 개원의들도 이와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명찰에 간호조무사 명칭을 붙이는 것에 대해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부 원장들은 간호조무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니폼과 비슷한 색으로 간호조무사를 명시하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도록 아예 개폐형 명찰을 만드는 등의 편법 아닌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서울의 B내과의원 원장은 "간호조무사들의 상실감이 너무 커 유니폼과 같은 색의 실로 간호조무사를 새겨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며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투석의원 원장은 "명찰을 달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도록 편법 아닌 편법을 동원했다"며 "평상시에 명찰을 주머니에 넣어놓으면 만약 단속이 나와도 실수라고 하면 될 듯해서 고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들도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서로간에 방법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일부 간호조무사 커뮤니티에서는 아예 팁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창이 생기기도 했다.
한 간호조무사는 "물론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인 만큼 할만을 없지만 정말 명찰때문에 하루하루 좌절한다"며 "명찰때문에 환자에게 다가가거나 주의 사항을 얘기하는 것조차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호조무사는 "요즘 환자들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를 다 아는데다 간호조무사라고 하면 약간 무시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일을 아무리 잘해도 간호조무사라고 하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명찰을 달고 있으면 더 그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민원이 지속되자 대한의사협회도 이를 개정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최소한의 배려를 해달라는 호소다.
의협 관계자는 "일선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 명찰이 간호조무사의 자존감을 너무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며 "이를 충분히 고려해 일정 부분 감안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