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영업정지처분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 10억원까지 상향하는 일명 삼성서울병원법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의료기관에 기업이 적용받는 공정거래법보다 높은 과징금을 매기는 것이 부당한데다가 10억원의 과징금은 사실상 병원의 문을 받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10일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점유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남용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의 100분의 3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법 개정안은 무려 100분의 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매출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대기업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도 100분의 3으로 상한을 두고 있는데 비영리기관인 의료기관에 100분의 5로 기준을 잡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앞서 국회 정의당 윤소하의원은 현재 의료기관 영업정지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 5천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안을 연매출의 100분의 5이하, 매출액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 최대 10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앞서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과오에 대해 15일간의 영업정지가 내려지고 이를 806만원의 과징금으로 갈음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나온 법안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기업에 적용하는 공정거래법보다 더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위한 환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메르스가 확산된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의 잘못으로 몰아 법까지 개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법안이 적용될 경우 불가피하게 말도 안되는 과징금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정안에 매출액 산정이 불가능할 경우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신규 개설한 의원이나 휴업 또는 재개업한 의원의 경우 1년간의 매출액을 산출할 수 없는 만큼 규모가 영세해도 자칫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나올 수 있다"며 "이것이 형평성이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 등으로 성급히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보다는 과징금의 산정방식과 부과 기준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해 제대로된 실질적 근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후 과징금 부과체계 기준 개선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