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진단기 전문업체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하 알피니언) 대표이사가 7년 만에 전격 교체됐다.
국내 중견기업 일진홀딩스는 자회사 알피니언 고석빈 대표이사 후임으로 전 한국GE초음파 최영춘 사장을 영입하고 지난 18일 대표이사 변경 등기를 마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알피니언 고위 임원에 따르면, 고석빈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중순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슨 출신 고 대표는 2007년 지멘스를 떠나 바이메드시스템 부사장을 거쳐 2010년 2월 1일 일진홀딩스 의료기기 자회사 알피니언 대표로 취임해 7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알피니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석빈 대표 스스로 자리를 물러난 사임 형태로 대표이사 교체가 단행됐다”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2007년 설립된 알피니언은 첫 초음파진단기를 출시한 2011년 그해 매출 101억원을 달성한 뒤 2012년 207억원, 2013년 425억원 등 2014년까지 매년 2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내외부적인 환경 변화와 소송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영 악화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됐다.
요인을 분석해보면, 국내시장의 경우 알피니언은 자사 초음파진단기 판매가 확대되자 경쟁업체들의 본격적인 견제를 받으면서 영업 및 매출 확대 어려움을 겪었다.
또 중저가 초음파진단기에서 벗어나 프리미엄·하이엔드급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이 이뤄지지 못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초음파 유도 자궁근종 하이푸(HIFU)와 알츠하이머 진단기사업에 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되면서 기존 초음파진단기사업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부적인 악재 또한 당기순이익 적자 폭을 키웠다.
알피니언은 올해 3월 미국 베라소닉스(VERASONICS)社와의 연구용 초음파진단장비 관련 영업기밀 침해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과 일부 패소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합쳐 약 1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알피니언의 경영 악화는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진홀딩스가 지난 3월 30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알피니언은 2015년 영업이익 약 6억원·당기순이익 -40억8900여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6년에는 영업이익 -92억8400여만원·당기순이익 -150억6600여만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진홀딩스는 알피니언의 연구개발 강화와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전 한국GE초음파 최영춘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알피니언 고위 임원은 “알피니언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품질 향상이 중요하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에서 최영춘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룹의 뜻이 품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 모두 긴장과 기대감이 함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초음파진단기 연구개발·제조를 담당하는 한국GE초음파에서 오랜 시간 사장으로 일한 베테랑인 만큼 알피니언의 연구개발과 제품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조만간 조직개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영춘 신임 대표이사는 1979년 삼성에 입사한 뒤 GE로 넘어와 1984년 GE삼성의료기기 설립을 주도했고 이후 2002년 한국GE초음파 사장으로 취임해 2014년 3월 정년퇴임했다.
특히 한국GE초음파 사장 당시 GE헬스케어의 한국 내 초음파연구생산기지 대규모 투자 증설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국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으로 한국 헬스케어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E헬스케어 한 임원은 “최영춘 전 사장은 초음파진단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한국의 초음파진단기산업을 키워 이를 해외로 뻗어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국GE초음파 사장 시절 연구개발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에서 개발한 신제품이 해외로 나가야한다는 욕심이 매우 컸다”며 “이 때문에 한국 엔지니어들이 GE헬스케어 초음파진단기 신제품을 많이 개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알피니언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강화와 품질 향상을 위한 적임자를 선택한 것”이라며 최영춘 사장 영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