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실적 없이 시범사업 기간을 연장한 전문가평가제, 일명 동료평가제 시범사업이 자율징계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까.
경기도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세 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비윤리적 활동의) 예방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도의사회 현병기 회장은 "비윤리적 행위 적발 시 처벌 우선이 아니라 회원보호, 계도를 위해서 전문가평가제가 필요한 것"이라며 "실제 사업 실적이 낮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전문가평가제 실시만으로도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을 이끌고 있는 홍두선 단장(부천시의사회장)도 신고가 들어오는 건수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전문가평가라는 제도 자체가 시작됐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최근까지 총 4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이 중 2건은 경기도의사회 윤리위원회에까지 보고됐다. 윤리위는 한 건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한 건은 '주의' 조치했다.
주의 조치를 받은 것은 한 병원의 진료비 할인을 통한 환자유인행위. A병원은 개원을 하면서 아파트 단지, 지역 축구클럽 등과 진료비를 10%씩 할인해 준다는 협약을 맺었다. 환자유인행위는 비윤리적인 데다 의료법에 어긋난다며 한 의사회원이 전문가평가단 문을 두드렸다.
홍 단장은 "A병원 원장은 진료비 할인이 위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지역 단체와 진료비 할인을 약속하는 MOU를 맺었다는 증거가 명백히 있다 보니 윤리위원회에 의뢰를 했다. 윤리위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급에서는 이 같은 진료비 할인 행위가 꽤 있다"며 "전문가평가단의 활동으로 환자유인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하고, 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 건은 B요양병원에서 80대 환자를 결박하고 수면제를 먹여서 재우는 등 비윤리적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환자의 보호자.
전문가평가단 위원 3명이 직접 해당 병원으로 가서 의사 면담을 비롯해 서류 확인까지 했다. 결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고, 이 과정을 모두 보호자에게도 설명을 했다.
홍 단장은 이 같은 환자 민원 해결과 전문가평가단의 역할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민원인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일 때 의료라는 특수성을 생각하지 않고 의료사고와 연관 지어 비윤리적이라고 했을 때 곤란하다"며 "특히 병원과 환자 사이 치료비 관련 민원에 전문가평가단이 얼마나 개입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전문가평가제도 자체가 알려지지 않다 보니 보건소로 들어오는 민원이 전문가평가단으로 넘어오는 구조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건소가 민원을 넘길 때 적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단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전문가평가단을 이끌어 오면서 '전문가평가제'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평가제를 하면 이중처벌을 할 것이고 동료를 감시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의사의 윤리적 위상을 높이고 다른 단체, 국민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비윤리적 의료 행위에 대한 구체적 사안이 쌓이면 보다 명확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