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지난 1월 문을 연 수원요양병원 설립자 박희석 이사장은 2년 6개월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감염 예방'에 특히 신경을 쏟았다.
수십년 동안 쌓은 병원 경영 경험을 수원요양병원에 쏟아부었다. 조리사가 드나드는 조리실 문지방 타일까지도 직접 챙길 정도로 병원 곳곳에는 박 이사장의 세심한 관심이 녹아있었다.
수원요양병원에 있는 6대의 엘리베이터는 아무나 탈 수 없다. 전층에 보안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출입을 위해서는 카드키가 꼭 있어야 한다. 계단 비상구도 출입카드가 있어야 드나들 수 있다. 중환자가 있는 집중 관찰실은 감염 걱정에 특별히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보호자 출입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면회 시간을 제한하고 대신 24시간 간병인을 두는 보호자 없는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2명의 간병인이 하나의 병실(6인실)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원요양병원에는 간병인만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보호자가 면회를 위해 병실을 방문할 때는 신발 위에 일회용 덧신까지 갈아 신고 들어가야 한다.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는 '신발 보관실'도 따로 뒀다.
박 이사장은 "사실 면회시간제한과 엄격한 보안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보호자가 많다. 이 부분이 병원 선택을 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요양병원은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을 1순위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보호자의 항의도 있지만 계속 유지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요양병원의 환경은 병문안 문화 개선 일환으로 병문안을 통제하고 병동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라는 정부 방침과도 일치한다.
박 이사장은 "대형병원들도 병문안 문화 개선을 하고 있는 분위기인 만큼 중소병원에까지도 이 분위기는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특성상 장기입원 환자가 많다 보니 환자의 생활공간인 병실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띄었다.
병실에 일상적으로 비치돼 있는 냉장고, 싱크대, 휠체어 등은 병실 밖에 둘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중간 공간을 마련했다. 덕분에 휠체어를 둘 공간이 없어 병실 밖 복도를 활용하지도 않게 됐다. 병실 복도도 환자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재활하는 공간이 된 것.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는 질문에 당연한 듯이 "환자 공간이 쾌적해지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체 환자의 20% 암환자, 호스피스 병동 계획 중"
지하 3층, 지상 12층 규모의 수원요양병원 병상은 520병상이다. 실제로는 800병상 정도가 들어갈 수 있지만 병상수를 줄인 대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병동 데스크 한편에는 보호자 면담실을 별도로 만들어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했다. 한 개 층을 작업 및 물리치료실로 활용하며 1대1 전문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헬스센터도 만들어 환자와 보호자의 운동공간도 마련했다. 가족면회실, 대강당 등의 시설들이 병원에 자리 잡고 있다.
수원요양병원은 전화 상담 대신 방문 상담을 적극 권할 정도로 병원 시설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문을 연지 약 7개월여만에 병상 가동률은 50%를 넘어섰다.
도심에서 암 재활을 하는 요양병원이 없다 보니 수원요양병원은 앞으로 암 재활 분야를 특화할 예정이다. 개원 반년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 암재활 병원이라는 입소문을 타 전체 환자의 20%가 암 환자다.
암 환자가 늘어나다 보니 혈액종양내과 의사,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호스피스 병동을 만들 예정이다. 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요양병원이라고 하면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위치해 말 그대로 요양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요양병원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접근성을 가장 먼저 따진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호자들은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병원을 찾는다"라며 "특히 암 환자는 추적 관찰도 중요하기 때문에 도심에 있는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기에 제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