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8000여만원, 두번째는 6000여만원. 한 대학병원이 한 명의 환자와 가족에게 두번에 걸쳐 손해배상금을 물어줬다.
그 사이 세월은 약 8년여가 지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오선희)는 최근 척추수술 후 장애가 생긴 환자와 그 가족이 서울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액은 6094만원. 손해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환자와 병원의 소송전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60대의 오 모 씨는 A대학병원에서 요추 3-4, 4-5 추간판탈출증 및 척추협착증, 척추측만증 등으로 감압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자 이전부터 복용해 오던 항혈전제 플래리스와 혈전용해제 오팔몬 복용을 중단 5일 후 요추 3-4번 후궁절제술 및 요추 4-5번 후방감압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의료진은 오 씨의 오른 발이 저리고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을 발견하고 마미증후군이 발생했다고 판단, CT검사를 했다. 수술부위에 혈종으로 인한 신경압박 소견을 확인하고 요추 3-4-5번 부위 혈종제거술을 또 시행했다.
하지만 오 씨는 혈종제거술 후에도 오른발이 여전히 잘 움직이지 않았고 이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배뇨, 배변 장애와 보행 장애가 생겼다.
오 씨와 그의 가족은 A대학병원을 상대로 8448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때 A대학병원은 변론 기일에 출석도 안하고 답변서 등도 내지 않았고 법원은 자백으로 간주하고 1심에서 패소 했다.
그제서야 A대학병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소송을 취하하고 오 씨에게 1심 판결에서 나온 손해배상 금액을 지급했다.
문제는 A대학병원이 항소를 취하하기 전 진행됐던 소송 과정에서 나온 오 씨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였다. 오 씨의 상태가 더 악화된 것.
신체감정 결과 오 씨는 영구적인 불완전하지마비 상태로 노동능력 상실률이 100%의 후유장애가 생겼으며 성인 1인의 하루 8시간 수시개호가 필요했다.
그러자 오 씨 측은 A대학병원을 상대로 의료진의 과실 때문에 오 씨에게 장애가 발생했다며 다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오 씨측이 앞선 소송 판결이 확정된 이상 그 판결의 효력이 소송에 미친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하며 원심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선행 소송에서는 소송 제기 후 발생한 치료비나 신체감정결과 등에 의해 밝혀진 별도의 치료비, 개호비 등에 관한 것"이라며 "선행판결의 기판력은 이번 소송의 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한 법원은 의료진이 척추수술 후 환자에 대해 지속적인 출혈 여부, 혈종에 의한 신경근 압박 여부 등의 관찰 및 대처에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오 씨에게 장애가 발생했다"며 "오 씨와 그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