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물론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들은 매우 많다. 그래서 저 말도 매우 일리가 있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지만 보이지 않아 세상의 전부를 잃은 것만 같은 사람들이 있다.
안과는 작년 여름에 서브인턴을 통해서도 접했던 과이기에 또 다시 실습을 도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히나 시력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안과 실습을 돌게 되면 수 많은 환자들이 시력 감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다.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환자군도 다양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력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너무 안타깝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라지만 이를 밟아가는 어르신들의 사연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나이에 비해 빨리 찾아 온 노안 역시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몸의 모든 장기들이 매우 중요하고 제각기 없어서는 안될 만큼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특히 눈에 더 민감하다.
눈이라는 기관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하게 되고, 반대로 이를 치료하면 또 빠르게 호전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래서 의사로서는 눈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수술하거나 치료할 때 더 걱정되고 민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아픔을 느끼는 것 모두 중요한 감각이지만 내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 반대로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상상한다면 누구나 엄청난 절망감에 휩싸일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감각기능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각을 택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중요한 기관임에도 우리 몸에서 눈은 외부와 가장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외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더욱 조심해야 한다.
보통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 감염성 질환이나 눈물이 잘 나지 않거나 쉽게 마르는 안구 건조 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대다수이지만, 간혹 만나게 되는 시력감퇴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는 특히나 더 걱정되고 염려되는 마음이 들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우리들에게도, 보이는 것이 전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안과 의사가 된다면 정성껏 치료해서 내 환자들에게 전부를 선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앞을 보는 것이 불편함에도 이를 치료하기 위해 나를 찾아 준 환자들을 위해 그들의 잃어버린 전부를 되찾아 주는 것만큼 큰 보람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