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여에 걸쳐 성형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서저리 파트를 연달아 실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술방의 차가운 공기와 모두가 무언가 예민해져 있는 날카로운 분위기, 혹시나 컨타미네이션(contamination)을 시킬까 겁이 나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점 등등 여러 요인 때문에 수술방을 가는 일은 꽤 큰 스트레스였다.
물론 지금도 내게 수술방은 여전히 춥고, 무언가 불편하고 어렵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익숙해 지고 편해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에 비추어본다면,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느끼는 수술방은 얼마나 낯설고 추울까.
꽤 여러 번 수술을 받았던 환자일지라도 수술방이 익숙하게 느껴진다거나 편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들이 베드에 누워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 무늬 없는 천장과 수술방 번호판이오, 주변에는 온통 마스크를 쓴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의료진들이며, 들리는 소리라고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신의 심박수에 맞춰 울리는 기계음 뿐이리라.
보통 환자들은 너무 긴장해서 춥다는 말도 잘 못하고, 의료진에게 말을 거는 것도 어려워 하시는 것 같았다.
그저 당신의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채 이에 대해 불평하거나 이야기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의료진 중 누구라도 먼저 다가가 "환자분, 추우시죠?"부터 시작해서 수술에 대해서 간단하게 미리 설명을 해주는 경우 조금이나마 환자의 불안감과 낯섬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의료진의 입장에서 환자를 바라보면, 나중에라도 절대 수술방에 환자로서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물론 마취를 하면 수술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기 어렵고 수술 중 통증을 느끼지도 못하지만 마취가 깨고 나서 환자들이 빠르게 통증을 감지하게 되고 수술이 끝난 후에 밀려오는 미식거림과 불편함이 보기만 해도 얼마나 힘이 들지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당연히 최대한 수술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수술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외래를 참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우습게도 '다치지 말아야겠다.'였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퇴화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특히 젊은 나이이거나 고령이지만 비교적 관리를 잘 하고 있던 사람들도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면 속절없이 수술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에서도, 정형외과에서도 환자의 히스토리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사건, 사고로 인한 외상이 주된 원인이 되어 내원한 경우가 정말 많았다.
친구와의 다툼에서부터 트럭에 깔리는 등의 듣기만 해도 쉬이 믿기 힘든 일을 당한 경우까지 ‘세상에는 정말 별의 별 일이 다 있구나’하는 생각에 매일 아침 아무 일 없이 무사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만으로도 큰 행복이고 행운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외래 때 이런 일을 볼 때면 퇴근하고 나서 가족들에게 괜히 오늘 하루는 별 일 없었는지, 내일도 차 조심, 몸 조심하고 늘 건강이 우선이니 명심하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곤 한다.
이럴 때마다 부모님은 누가 부모인지 모르겠다며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이런 사건, 사고는 정말 한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고 이미 발생한 뒤에는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주의하며 다니는 것이 외상으로 인한 병원행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최우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