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포를 파괴하는 고강도 집속형 초음파(HIFU) 장비를 허벅지에 쓴 피부과 원장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하지 않은 부위에 시술을 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왼쪽 경골신경의 만성 신경병증으로 왼쪽 하지에 영구적인 근력 약화 부작용을 얻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허벅지에 HIFU 장비를 사용한 시술을 받았다가 후유증을 얻은 환자 L씨가 서울 A피부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액은 1억5483만원, 손해배상 책임은 60%로 제한했다.
L씨는 국소마취 후 양쪽 허벅지에 HIFU 장비를 사용한 지방파괴술을 받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난 직후 왼쪽 엄지 발가락에서 뒷꿈치까지 감각저하, 왼쪽 발가락 모두 구부리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L씨는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받은 결과 좌측 경골신경 만성 신경병증 진단을 받고 왼쪽 하지에 영구적인 근력 약화 후유증을 얻었다.
이 장비는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고강도 집속형 초음파 에너지를 피하 지방조직에 전달해 열응고 괴사를 만들어내 지방세포를 파괴한다.
이 장비를 사용한 임상 시험 결과는 대부분 복부 및 옆구리 부위에 시술했을 때에 관한 것들뿐이고 허벅지 부위 시술에 대한 장기 추적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L씨는 "식약처는 복부 부위에 대한 시술만 공식승인하고 있을뿐 복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위에 대한 시술은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피부과 측은 "HIFU 장비를 제조, 판매한 회사가 작성한 사건 기계에 관한 사용설명서 등에 허벅지 부위에도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것처럼 기재돼 있다"며 "다른나라도 허벅지 부위 시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계의 사용설명서를 봐도, 식약처 승인 내용을 봐도 허벅지 시술을 허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용설명서에는 임상평가자료상 허벅지 부위에 시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일부 기재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기회사의 독자적 의견일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의사는 기계 작동원리 등을 고려해 시술로 인해 환자에게 생리적, 기능적 장해가 남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허벅지 부위 시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음이 명백한 이상 다른 나라에서 허벅지 부위에 대한 시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우리나라 관할 행정청의 판단을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피부과의 의무기록을 보면 의료진이 환자의 허벅지 부위 피하 지방층 두께를 제대로 확인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술 전 핀치 테스트를 해 시술 부위 피하 지방층 두께를 확인한 후 시술을 해야 하는데 의무기록에서는 이 과정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며 "피하 지방층 두께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벅지 부위에 시술을 했던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