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중간에 맞는 며칠 간의 휴일은 또 다른 방학과도 같다. 방학에 비하면 기간이 턱없이 짧지만 한줄기 오아시스처럼 느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는 크게 두 번의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4월 첫 한 주는 국시 실기 모의고사가 있는 시기여서 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고 5월의 첫 주는 공휴일이 많아서 아예 실습을 쉬는 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실습을 할 때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니 막상 긴 휴일을 맞으려니 특별한 계획 없이 지나 보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디 가 볼만한 곳이 없을까 해서 인터넷으로 이곳 저곳을 검색해 보았는데, 국내로 가기엔 긴 시간이 아깝고 언제든지 갈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 또 다시 해외 여행지들을 찾게 되었다.
어머니와 둘이서 떠날 생각이기 때문에 너무 멀고 험한 곳들은 제외하고, 관광보다는 휴양 위주로 테마를 정해 보았다.
그 중에서 너무 신혼여행지 느낌이 나는 발리나 몰디브 등도 제외하고 2~3시간 거리보다는 시간이 날 때 좀 더 멀리 떠나자는 생각에 5~6시간 정도 되는 거리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추리고 추려서 나의 선택지로 남겨진 장소는 바로 ‘코타키나발루’ 였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는 싱가폴과 가까워서 함께 묶어서 여행하기도 하는데, 그 곳은 도시의 정취를 느끼는 곳이고 우리는 도시보다는 바다가 있는 휴양지를 원했기에 코타키나발루에만 5일간 머무르기로 하였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가족여행을 할 때 주로 패키지로 다녔지만 대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해서 떠나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똑같이 가보지 못한 생소한 곳을 오로지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정보를 기반으로만 계획을 짠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패키지로 가면 보고 듣고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자유여행을 통해 겪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더 여행지에 흠뻑 젖을 수 있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길만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왔다.
이번에는 가족 여행이라기 보다는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기에 신경 쓸 것도 줄어들어 계획을 짜는 것은 훨씬 수월했다.
황금연휴라 그런지 항공비용이 비수기에 비해 두 세배는 더 비쌌으나 숙박은 그래도 옵션이 많아서인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다.
항공과 숙박을 정하고 나니 자잘하게 그곳에서 어떤 액티비티를 할지를 정해야 했는데 이런 사항들은 직접 현지에 가서 흥정을 하고 계약을 하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는 의견을 보고 더 이상은 미리 정하지 않기로 했다.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세세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편했지만 혹시나 엄마와 함께 여행할 때는 너무 많이 걸어야 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큰 문제만 없기를 바라면서 연휴가 오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가장 설레고 행복한 순간은 바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한 후 그 날만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아닐까 싶다. 올해에는 언제 또 이렇게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기에 이번 기회에 꼭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