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2주년을 맞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특허 범위 확인 소송 남발과 같은 '과도한 동기부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이내에 심판을 청구한 모든 제약사가 모두 '최초 특허심판 청구'로 간주돼 우선판매권을 얻을 수 있는 점이 묻지마 소송의 원인인 만큼 미비 서류의 신청 반려 등 남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약품규제과학센터는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법리적, 제도적 보완점에 대한 견해를 청취했다.
2015년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제네릭 개발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하면 식약처가 특허 보유 제약사에 이를 고지하고 특허보유사는 최장 9개월간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복제약 제조사가 특허소송에서 이길 경우 9개월의 우선판매권리(우판권)와 약가 혜택을 얻지만, 우판권 확보의 요건은 '최초 허가 신청 및 최초 특허 승소한 제약사'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최초 심판 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심판을 청구하면 모두 '최초 특허심판 청구자'로 간주된다는 점. 최초 심판청구 제약사가 나타나면 다수의 제약사가 우판권 티켓을 위해 무더기로 소송에 참여, '독점적 지위'가 사실상 희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경애 율촌 변리사는 "한국에서의 허-특 연계제도는 미국과 다르게 특허권자 보호 목적도 있긴 하지만 (제네릭 출시에 따른) 소비자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우판권 도입 후 52개 등재의약품에 대해 204건의 우판권 신청이 있었고 이중 85%가 허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판매 시작일부터 종료일까지 우선판매 기간은 약가 신청기간을 포함해 평균 약 9.8개월로 우판권 확보에 따른 제약사의 이점이 있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더기 소송 청구를 막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최초 신청자' 요건을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윤 변리사는 "첫번째 제약사가 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우판권을 신청해 반려됐을 때의 최초 신청자 지위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며 "실제 제품 출시 능력이 있지만 최초 신청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판권을 갖지 못한다면 이것 또한 우판권 취지에 맞는건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처럼 국내 식약처도 완결성 미비한 건 우판권 신청은 반려할 수 있어야 신청 남발을 막을 수 있다"며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존속범위가 연장된 성분이 포함된 복합제는 어떻게 권리 범위를 따져야 할지도 심각히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령제약 주인 변리사 역시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 남발의 조정 장치를 주문했다.
주인 변리사는 "권리범위확인심판 신청시 종속항의 부형제나 활택제까지 세세하게 조성물 구성비 등의 자료를 요청한다"며 "이는 심판 청구 남발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이해가 되지만 업체에서는 자료 요청이 부담되기 때문에 다른 방향의 조정 방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가 염 변경 제품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염 변경 방식의 특허 회피는 많이 시도하는 것 같다"며 "다만 약사법에서 수화물이나 공결정과 같이 동일의약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들이 있어 애매하다"고 보완을 주문했다.
이홍기 코아제타 대표는 우판권 심사 결과 등의 투명한 공개가 소송 남발의 억제책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홍기 대표는 "허-특 연계 제도가 국내제약사에 특허에 도전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 측면이 있지만 동기 부여가 과도하지 않나는 생각도 든다"며 "2천~3천건의 특허 소송이 진행될 정도로 제약사에 과도한 동기를 부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 제약사 입장에선 법문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고 워낙 경우의 수가 많다보니 승소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소송부터 하고 본다"며 "소송에 진다고 해도 그 이유를 모르니 다음에도 똑같이 무더기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신청이 반려되는지, 소송의 요건에 부합하는지, 패소 이유가 뭔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비슷한 사안에 대한 특허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식약처가 결정 사례집, 질의 응답집, 설명회 등 자료 공개의 범위를 넓혀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