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는 더 심각했다." 최근 잇따른 전공의 폭행 사건을 접한 모 수련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말이다.
그의 말인 즉, 시대 변화로 전공의 폭행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되고 있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었다.
전공의 폭행이 수십년 째 대물림 되면서 이어져 온 만큼 이제와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할 것인지를 찾는 것조차 무색할 정도라고 했다.
전공의들의 반응은 더욱 회의적이다.
모 수련병원 3년차 전공의는 "최근 폭행 사건이 들춰지면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개선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폭언 및 폭행의 가해자는 교수 이외 고년차 전공의 즉, 전공의간에도 심각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호하다고 했다.
그는 폭행사태를 접하는 교수들의 반응을 크게 3단계로 나눴다. 첫번째로 우리도 그렇게 배웠다. 왜 새삼스럽게 문제 삼느냐. 두번째 우리도 바쁘다. 고로, 전공의 폭행 및 폭언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세번째 결과적으로 대책이 없다.
실제로 전북대병원 등 최근 전공의 폭행 사건이 정형외과라는 특정과에서 집중적으로 터졌지만 막상 정형외과학회는 이에 대한 대책은 커녕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해당 병원들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데 급급할 뿐 진지하게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되고, 복지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수련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의료 현장의 전공의에겐 신기루 같이 막연하게만 느껴질 만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폭행 피해자는 병원을 떠나거나 이후 후폭풍을 우려해 더 이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게 의료계의 현실이다.
여전히 다수의 전공의들은 폭언 및 폭행을 당했더라도 교수나 병원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게 젊은 의사들의 전언이었다.
전공의 폭행을 언제까지 대물림할 것인가. "우리 때는 더 심각했다" "요즘은 좋아졌다"는 말로 얼버무리기에는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부터라도 "나도 그렇게 배웠다"라는 말 대신 "나부터 바꿔보겠다"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