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틱 섬에 도착하면서 가이드가 30분 뒤에 다시 데리러 올 테니 그 동안 섬에서 놀고 있으라고 하였다.
섬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슬슬 둘러 보는 데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스노클링은 할 생각이 없어 얉은 수심의 바닷가로 가서 태양 아래에서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다시 아까 헤어졌던 장소로 다시 가서 가이드를 기다렸다. 우리 말고도 한 팀이 더 있었는데, 가이드가 작은 보트를 타고 와서 우리를 태우더니 이 곳 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사피섬에 가서 패러세일링을 하자고 말했다.
순간 나는 ‘엥? 그럼 처음부터 굳이 마무틱섬과 사피섬 두 군데를 갈 필요가 없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 마무틱 섬만 온 것을 잠시 후회했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20여분 정도를 배를 타고 가니 저 멀리 사피섬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무틱 섬과 외양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로 훨씬 북적였다.
우리는 패러세일링만 하기 때문에 섬과 아주 가까이 가지는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보트를 세워둔 채 안전을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패러세일링 할 준비를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보통 패러세일링을 할 때 바다와 가까워지면 보트를 운전하는 사람이 일부러 패러세일링 하는 사람들이 바다에 풍덩 빠지도록 조종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역시나 우리에게도 바다에 빠뜨려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바다에 빠지면 또 다시 샤워를 해야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싫다고 말했고, 가이드는 알겠다고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속은 것이었다.
패러세일링을 시작하기 위해 갑판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하늘로 뜰 준비를 하였고 가이드가 크게 카운트를 세었다.
구령에 맞춰 하늘로 번쩍 날아오르자 곧바로 더운 날씨를 가르고 시원한 바람 결에 몸을 실었고, 어느덧 바다에 뜬 보트는 저 멀리 아래에 보이고 있었다.
막상 하늘에 뜨고 보니 속도가 그리 빠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다만 가끔씩 속도를 조절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바닷물에 풍덩 빠뜨리는 장난을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온 몸이 바닷물에 흠뻑 젖었고, 우리는 계속 속았다며 분통해 했다.
가이드와 보트 운전 기사는 우리 말을 진짜 믿었냐는 듯이 계속 웃었고 우리도 이런게 여행의 재미지..라고 합리화 하며 웃고 넘어갔다.
패러세일링을 하며 좋았던 것은 비와 흐린 날씨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코타키나발루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무더운 날씨 속에 잠시 나마 불어오는 바람 결에 내 몸을 완전히 맡기고 떠다니는 기분이 무척이나 편안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 짧은 비행이 이 정도 돈의 가치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 순간이 또 언제 오겠냐는 생각과 함께 지금 행복하면 그 이상의 가치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보트로 내려와서 안전 장비를 풀고 마무틱 섬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낸 후 아침에 보트를 탔던 제셀튼 항구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섬투어를 하는 내내 맑았던 날씨가 항구에 내리고 나니 다시 흐려지면서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고, 오늘도 그 유명하다던 코타키나발루의 야경은 보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다시 조금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