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지멘스·지멘스헬스케어·지멘스헬시니어스’(이하 지멘스)가 자사 CT·MRI 유지보수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약 62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멘스는 2014년 1월 부터 자사 CT·MRI를 수리하는 중소 유지보수 사업자(Independent Service Organization·ISO)를 배제하고 관련 시장 독점화를 위해 병원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조건(가격·기능·제공에 소요되는 기간)을 차별화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지멘스 CT·MRI에는 장비의 통상적인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있으며, 병원은 지멘스가 발급하는 비밀번호(서비스키)를 입력해야 이를 사용할 수 있다.
공정위는 또한 지멘스가 병원이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및 저작권 침해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내용으로 병원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후속시장(Aftermarket)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 법집행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장비 관련 시장에서 발생한 법위반행위에 적극적 시정명령을 부과함으로써 중소사업자의 경쟁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지멘스, 경쟁사업자 거래병원에 대한 거래조건 차별”
공정위는 지멘스가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대한 거래조건 차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멘스가 자사 CT·MRI를 구매한 병원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조건(가격·기능·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즉,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에는 고급 자동진단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지멘스 내부 엔지니어용)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했다.
반면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장비 안전관리·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요청 후 최대 25일 소요 후에 판매했다.
공정위는 “해당 서비스키 기능은 FDA 안전 규제에 따라 미국 병원 및 ISO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며 “해당 서비스키의 1회(최소 단위·2주간 사용가능) 발급비용은 지멘스가 제공하는 1회 유지보수서비스 평균 비용(부품 제외)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행위로 지멘스 CT·MRI시장의 진입장벽이 강화되고 실제 4개 ISO 중 2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ISO와 거래 시 병원이 감수해야할 기회비용이 증가하면서 ISO 가격경쟁력이 상실됐고 서비스키 기능 제한 및 발급 지연으로 인해 ISO 서비스 품질 및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가중됐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키 발급 지연으로 병원이 의료기기 관련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안전검사가 지연되는 상황도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또한 지멘스가 2014년 12월·2015년 5월 2차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업데이트 및 저작권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T·MRI의 안전관련 업데이트는 의료기기 법령에 따라 제조·수입사인 지멘스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ISO 서비스 이용 시 안전업데이트 미시행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오인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했다.
또한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 없이 가능한 유지보수 작업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ISO의 유지보수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자사 서비스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을 기재했다.
더불어 ISO와 거래 시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해 고객에게 오인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불공정한 경쟁수단에 의해 경쟁사업자 시장진입을 저지했다.
특히 ISO의 시장진입 초기단계로 병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피심인(지멘스)이 공문을 통해 중요 사실관계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병원의 오인가능성이 더욱 가중됐다.
공정위, 지멘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불공정거래행위’ 제재
공정위는 이 같은 지멘스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대한 거래조건 차별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3조의2 및 제23조)에 근거 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 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대한 부당한 방해)와 법 제23조 제1항 제1호,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불공정거래행위: 가격 및 거래조건 차별행위)를 적용했다.
또 병원에 오인가능성 높은 공문을 발송한 행위에 대해서도 법 제23조 제1항 제3호,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불공정거래행위: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멘스의 법위반 행위로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통상적인 재발방지 명령 이외에도 적극적 시정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멘스 CT·MRI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이를 제공토록 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지멘스 스스로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는 고급 진단 기능까지 포함한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무상 제공해온 점과 환자 및 장비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해당 소프트웨어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정명령 대상이 되는 소프트웨어 범위는 장비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한정되며 고급 자동진단 기능 등 편의적 기능은 제외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정위 조치내용을 지멘스 CT·MRI를 보유한 병원에 통지하도록 해 이 사건의 적극적 시정조치 내용을 병원이 인지하고 장비 유지보수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유지보수서비스 등 후속시장(Aftermarket)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집행 사례로 중소사업자 시장진입을 방해하는 독점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징금 부과를 통한 부당이득 환수 및 재발방지 명령뿐만 아니라 법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병원·중소사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적극적 시정명령을 부과해 제조사에 의해 독점화돼 있던 유지보수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유지보수 가격 인하·서비스 및 품질 경쟁이 활성화 등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CT·MRI 유지보수 가격인하는 병원의 장비 운영비용 절감과 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성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더불어 CT·MRI를 소유한 병원이 장비 안전관리에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 및 장비사용자 안전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CT·MRI 유지보수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ISO 경쟁여건을 개선해 역량있는 중소기업이 관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기기 유지보수 사업자의 전문성 강화와 의공인력 고용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역량있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및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국민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불공정거래행위는 집중적으로 조사해 법 위반으로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지멘스 사건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의료기기 관련 시장현황을 토대로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FDA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환자 및 장비사용자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의 경우 장비 제조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지멘스 이외 타 의료기기제조사 유지보수시장에서도 환자 및 장비 사용자의 안전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