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자 사이에 시비가 붙어 폭행 사건이 발생, 환자 한 명이 뇌출혈로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이때 병원은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할까. 병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민사제22단독(판사 기진석)은 최근 뇌출혈로 사망에 이른 환자의 유족이 부산 S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해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이 유족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4500만원이었고, 양측 모두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신부전증으로 S병원에 입원해 혈액투석 및 약물치료를 받던 환자 A씨는 함께 입원해 있던 환자 B씨와 시비가 붙었다.
B씨가 외출을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자정이 된 늦은 시각에 병실로 들어왔고, A씨는 B씨에게 냄새나고 더럽다고 했다.
B씨는 화가 나 주먹으로 A씨의 안면부를 때렸고 간호사가 이를 저지하면서 상황이 끝나는 듯했다.
30분 후, B씨는 계속 화가 난다며 누워있던 A씨의 얼굴과 목, 가슴을 주먹으로 수회 때렸다. A씨는 오른쪽 눈 아래, 왼쪽 눈 두덩이, 얼굴 여러 곳에 멍이 생겼고 입술에 출혈이 생겼다.
의료진은 지혈 후 침상안정 원고 조치를 했다.
다음날부터 A씨는 이상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두통을 호소하며 주저앉는 증상이 계속 발생했다. 의료진은 침상안정 조치만 취하다가 턱 떨림, 의식 가라앉음 등의 증상이 생기고 나서야 뇌CT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우측 대뇌반구 경질막밑출혈 소견을 발견했고 큰 병원으로 전원 했지만 A씨는 머리 손상을 원인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후 A씨를 폭행한 B씨는 상해치사죄로 기소돼 징역 4년의 판결을 받았다.
A씨 유족 측은 "입원 환자가 음주를 했음에도 퇴원 조치 등을 하지 않고 방치하며 사고를 방지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건 발생 후 A씨에게 이상 증세가 생겼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법원은 유족 측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병원은 입원 환자가 무단 외출하거나 음주하는 것을 방지하고 입원 환자가 외출해 음주를 한 후 병실로 돌아와 다른 환자와 다투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제지하고 병실을 격리하는 등 추가 사고를 방지할 신의칙상 보호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병원 의료진은 B씨의 1차 폭행 후 다른 병실로 이동시키는 등으로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B씨의 주취 정도와 1차 폭행 당시 상황 등에 비춰 A씨에게 병실 이동을 권유한 사실만으로 환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 측에 의료과실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주저앉는 모습은 뇌출혈로 인한 마비 증상을 의심하게 하는 증상"이라며 "A씨는 신부전증으로 투석 중인 환자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상태여서 응고 장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고 이때는 가벼운 두부 외상으로도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S병원 의료진은 사고 이후 진통제 투여나 턱, 광대뼈 등에 대한 엑스레이만 하다가 의식 까라짐 증상이 있은 이후에 뇌CT 검사를 했다"며 "경질막밑출혈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 있어 폭행 사고와 경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