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여성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의무화 방안을 놓고 의학회가 해법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의학회(회장 이윤성)는 28일 오전 전문과목 수련이사 대책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과 전공의특별법에 규정된 여성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대책을 논의한다.
근로기준법에 이미 임신 근로자 주 40시간이 명시돼 있으나 수련병원과 전공의들은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주 80시간 이상 근무했다.
문제의 발단은 복지부 전공의특별법에 명시된 수련시간을 수련규칙에 담아 3월부터 여성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준수를 수련병원과 전문과 학회에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적용하면, 임신 전공의는 산전·후 16개월 정도 주 40시간 수련 이상이 금지된다.
어길 경우, 해당 수련병원은 시정명령과 과태료 그리고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당한다.
의학회는 여성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수련은 전문과별 수련시간에 미충족 된다는 점에서 수련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차별 평균 70시간이상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 40시간 수련으론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충분한 수련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경우, 회람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수련 받아야 하느냐를 명확히 하고 그게 달성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 임신으로 인한 근무시간 단축만 가지고 수련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최종 결정이 만에 하나 수련기간 연장으로 난다면, 최소한 그 결정을 알고도 임신한 전공의만 적용돼야지 최종결정 이전 임신한 전공의에게도 소급적용하는 것 역시 결사반대할 것"이라면서 "전공의 80시간과 임신 전공의 시간외 근무 불가는 환자의 안전과 임산부 및 아기의 안전을 위한 법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갔으면 한다"며 전사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대병원 경영진도 대책회의를 통해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근무 준수를 3월부터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의학회는 수련기간 연장 카드를 내밀었지만 여성 전공의 반발과 법 준수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모 학회 수련이사는 "법 준수와 수련현장 사이에서 뾰족한 방안이 없다. 의학회 회의에서 묘안이 도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학회 대책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의료자원정책과(과장 곽순헌)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임신 근로자 주 40시간을 수련규칙에 담은 것이지, 복지부가 갑자기 강제화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각의 오해를 차단했다.
그는 "현 전공의특별법에는 추가 수련 규정이 없다.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수료는 수련병원에서 전문과 전공의 선발 시 자칫 여성 전공의 기피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여성 전공의가 근로기준법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도 모성과 태아를 보호한다는 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예외규정을 둔다 해도 주 최대 46시간으로 현 수련시간과 차이가 크다"고 전하고 "모성태아 보호와 수련시간 보장 그리고 전문의 자격 취득 기간 등 3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의학회에 대책을 요청한 상태로 결과가 도출하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전공의협의회와 최선안을 위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임신 전공의 수련기간 연장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치현 회장은 "임신 전공의 수련기간 연장은 부당하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레지던트 5년차, 6년차가 되라는 의미"라면서 "의학회에서 어떤 방안을 도출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