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체인점 스타벅스의 고객 응대 시스템 '라테(LATTE)'를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적용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는 연세의료원 소식지를 통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감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의 라테 시스템은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듣고(Listen), 고객의 불만을 인정하며(Acknowledge),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고(Take action), 고객에게 감사하며(Thanks), 문제가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라(Explain)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도 고객이라는 용어를 환자로 바꿔 라테 원칙으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며 "병원의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환자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의사는 진실을 말하고, 진정성 있는 마음과 태도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의사라면 특히나 더 어려운 '진실 밝히기'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8년 전, 입원 중이던 환자가 입원 3일째 밤 갑자기 사망했다. 아침에 출근하니 흥분한 유가족 약 20명이 박 교수의 외래 진료실 앞에 모여 주치의를 면담하겠다고 찾아왔다.
박 교수는 오전 진료를 마친 후 유가족과 회의실에서 5시간 동안 입원 후 경과와 추정되는 사망 원인 등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주치의로서 유가족을 대하는 원칙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만약 환자의 사망에 병원 측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고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부검 결과 의료사고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8년 전 사건 후 환자 입장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런면에서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잇단 사망 사건에서 병원 측 대응은 아쉬웠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사고 당시 병원의 위기관리 능력을 눈여겨 봤다"며 "사고 직후 의료진은 유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 표명을 하고 홍보팀 등 대외협력처는 언론에 팩트에 입각한 객관적 설명과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진실을 밝히고 진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쉬운 것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렵기도 하다"며 "그럴 때 진실을 밝히면 체면이 손상될까봐, 보상해야 하거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까봐 두렵거나 걱정이 돼 주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와 의료인 사이 신뢰감이 형성되고 좋은 마음의 유대관계가 만들어지면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료반응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