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의 진정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주장부터, 의료진 구속영장 발부는 대한민국 의료를 향한 사법적 사형이라는 비난까지 제기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3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4일 새벽 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즉각적인 반발과 함께 구속영장 철회를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 "진정한 적폐는 대한민국 정부"
부산광역시의사회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대한 지적과 함께 진정한 적폐는 대한민국 정부라고 비난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적시한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해 지도, 감독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다'는 구속영장 발부사유에 관해서 묻고 싶다"며 "이 사유는 의료진에게만 국한된 것인가, 의료계가 수십년 동안 호소하며 때로는 분노하며 항변했던 그 잘못된 관행들을 진정 묵인하고 방치하며 심지어 조장까지 했던 진정한 적폐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부산시의사회는 "비극적 사건이 희극적인 방법으로 또다시 비극적으로 덮어지려 한다"며 "4월 4일은 국가가 의료인 3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꼬리를 잘랐으나 삶과 죽음의 전쟁터에서 얼마나 더 많은 의료진을 범죄자로 몰아 대한민국 의료의 썩은 악취를, 언제까지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충남의사회 "한국의료에 대한 사법적 사형, 사법부는 죽었다"
충청남도의사회는 한국의료에 대한 사법적 사형이라며 사법부의 사망을 선포했다.
충청남도의사회는 이대목동병원 해당 의료진 구속 영장발부를 접하고 즉시 도내 16개 시․군의사회장 및 임원진과 긴급토의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박상문 충남의사회장은 "사법부가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의료진에 대해 책임 전가에 급급한 부끄러운 사법 집행을 한 것"이라며 "열악한 의료 환경을 오로지 의료인의 희생으로만 유지해왔던 한국 의료계에 대한 부끄러운 사법적 사형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충남도내 16개 시․군의사회장 및 임원진은 '대한민국 사법부는 사망했다'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마녀사냥식 구속수사 중지와 의료진 즉시 석방 ▲감염 지도․감독의무의 최고책임자인 보건복지부장관 즉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바른의료연구소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책임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며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선의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인 의료인들이 구속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 땅에서 환자를 돌보는 모든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그간 열악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유지돼 온 대한민국 중환자 진료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구속영장 발부의 사유가 증거인멸 우려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구소는 "처방 및 간호, 투약 기록 등은 경찰이 확보하고 있고, 더 이상 의료진이나 병원 측에서 인멸할 증거가 없음에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고 하는 대원칙에서 대한민국 의료인들은 제외된 것이 확실하다"고 비난했다.
의료진의 형사처벌은 의료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연구소는 "이번에 구속된 의료진의 혐의는 감염 및 위생관리 지도·감독 의무 위반에 의한 과실치사"라며 "그러나 의료진의 지도·감독 의무 위반과 신생아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경찰조사에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단순히 '개연성'만으로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처럼 원내감염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담당 의료진을 모두 구속한다면, 그 어느 의료진이 구속될 것을 감수하고 중환자를 치료하려 들겠는가"라며 "이는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촉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의 진정한 책임자는 열악하고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만든 정부라고 역설했다.
병원감염 관리규정을 수시로 교육하고 자료를 배포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질병관리본부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형식에 그치는 인증기준으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한 의료기관인증평가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
연구소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그런데 근본 원인은 고치려 하지 않고, 의료진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 형사처벌로 끝내버린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계속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고의성이 없는 의료 사고들은 시스템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연구소는 "시스템 개선으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이번 사건을 통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신생아들과 유족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도 마땅히 할 일"이라며 "부디 정상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져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 시스템 내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남의사회 "의사답게 살기위한 대책, 의사단체들이 만들어야"
의료인을 제물로 바쳐 정부 의도대로 놀아나는 처사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경남의사회는 "만인에 평등하고 공정하게 재판절차가 이뤄져야 함에도 영장심사로 의료인의 인신을 구속한 사태는 명백한 사법절차에 대한 불공정이며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하는 법관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의사회는 "진정 이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들을 희생의 제물로 바쳐 의사들을 집단으로 매도하는 정부의 의도에 놀아나는 처사가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며 "만약 그럴 의도가 아니면 명명백백하게 그들이 인멸할 증거가 무엇인지 밝히고 의료인의 인권과 재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 발부는 모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억지라며 의료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의사단체들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의사회는"구속영장 발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인에게 가해진 사법부의 폭거"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환자실의 모든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억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상남도의사회는 의료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실을 단호히 거부하며 의사답게 당당하게 살기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모든 의사단체에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