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실습을 나가는 의대생 2명 중 1명은 환자에게 설명도 없이 참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실습을 돌고 있는 의대생 566명을 대상으로 실습 실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는 학생이 주체가 돼 실습환경에 대해 묻는 첫 설문조사로 복지, 인권, 교육에 대한 질문으로 나눠졌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1%가 실습 시 문진 전후에 의료진(교수, 전공의)이 환자에게 의대 실습생이 존재를 설명한적이 없다고 답했다.
의대생 실습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했다는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실습 과정에서 학습목표에 나와있는 술기를 직접 해볼 수 있었다고 응답한 학생과 아니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각각 36%, 29%로 나왔다.
그 이유로는 학생 교육에 대한 인식 부족, 인적 자원 및 재정 부족, 시간과 공간의 부족 순으로 나타났다.
의대협은 "학교마다, 병원마다, 개인마다 술기를 경험하는 격차가 매우 크며 해당 술기가 일차의사를 양성한다는 의대의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술기 경험이 없고 이를 배우기 위해 실습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적절한 관리감독이 반드시 필요함을 인지해 실습 학생들이 술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대생 10명 중 4명꼴인 36%가 실습 후 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평가 기준이 비객관적이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평가 점수도 학점 고시 전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70%에 달했다.
의대협은 "실습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구축돼야 한다"며 "기존의 대다수 학교에서 사용하는 학점 제도가 아닌 절대평가(P/F 평가)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의대생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적절한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72%의 학생이 실습 과정 중 전공의나 교수에게 받은 피드백이 적절하다고 했고, 51%가 실습을 통해 학생으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학습목표에 있는 술기를 연습할 기회가 부족했고, 모두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협은 실습 교육에 관련된 당사자인 학생, 대학, 병원이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의대협은 "학생은 성적이 아닌 배움에 지향점을 둬야 하고 교육 과정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피드백을 제시해야 한다"며 "단순히 교육병원에 대한 인식이 변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인식 개선을 위한 능동적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임상실습의 구체적인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피드백을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해야 한다는 게 의대협의 의견이다. 대학-병원 간 연결통로를 확보해 학생의 임상실습에 대한 피드백이 교육병원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병원 역시 학생교육이 곧 병원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장기적 시각을 갖고 교육병원은 핵심가치로 반드시 학생교육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총괄한 의대협 김윤명 부회장은 "앞으로 한국의학교육학회와 설문조사 문항을 더 객관적으로 개발해 지속적으로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며 "의학교육평가원·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를 찾아가 더 나은 실습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