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업무 시스템을 강제 조정하면서 되려 일선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혹여 52시간 근무를 넘어설까 병원의 시스템을 원천 차단했지만 업무량은 여전히 지속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A대학병원 관계자는 9일 "서류상으로 52시간 근무를 강제로 맞추려다 보니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며 "과도기적 문제인지 현실적 한계인지 다들 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기업은 7월부터 기존 주 68시간이던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축소됐다.
대다수가 300명 이상이 근무중인 대학병원들은 이에 맞춰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한 상황.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비롯해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급박하게 52시간 근무제에 맞추기 위해 업무 시스템을 강제 조정했지만 업무량은 여전하다는 딜레마다.
결국 시스템적으로는 52시간 근무제가 맞춰졌지만 잔업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A대학병원은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기 위해 오후 6시가 되면 일부 특수 부서를 제외하고는 인트라넷 접속을 강제 중지시켰다.
퇴근 시간 이후 인트라넷에 접속한 기록 자체가 추가근무로 처리가 되는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 52시간 근무를 넘어섰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원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개인당 업무량은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추가 근무가 필요하지만 강제로 막힌 인트라넷 덕에 효율성은 더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대병원 관계자는 "오후 6시가 되면 인트라넷이 접속이 막히니 출근하면 인트라넷이 필수적인 업무부터 해결해 놓고 추후 필요한 자료들은 모두 프린트를 해서 집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인트라넷 내에서 일을 하면 오후 7~8시면 끝날 일이 9~10시까지 집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결국 서류상으로는 52시간 근무제가 된 것이 맞지만 오히려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페이퍼 워크(서류작업)로 되돌아 가고 있는 셈"이라며 "일부에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 방법이 없는 것도 맞다"고 덧붙였다.
법인카드 등도 마찬가지다. 법인카드 기록 자체가 추가 근무의 흔적이 되는 만큼 이 또한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사용 기준이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대외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부서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 일부에서는 개인카드로 막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B대학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B대병원은 업무 시간 이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사전승인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퇴근 시간 이후 대외업무는 물론, 회식 등도 추가 근무시간으로 들어가는 만큼 총체적으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대외업무는 퇴근 시간 이후 업무가 더 많은데 법인카드가 막히니 정말 답답하다"며 "사실 오후 10시에만 카드를 써도 초과근무 4시간이 잡히니 일주일에 두세번만 저녁 약속이 있어도 제재가 들어오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결국 근무 시간 내에 나가서 선결제를 해놓거나 부서원 별로 카드를 만들어 돌려가며 쓰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개인카드를 내야 하는 경우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며 "업무의 특수성이 있는데 원천적으로 이를 막아놓으니 어떻게 일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