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정부 정책에서 배제돼"vs의료계 "한방난임치료 할 때 안 할 때 기준조차 없는데"
손의식 기자
기사입력: 2018-07-12 06: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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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군 없는 임신성공률, 의료계를 배제한 난임 치료, 의사들에 대한 불만, 임신성공률이 높은 지자체만 예시….
한방 난임치료를 국가지원사업으로 진입시키자는 토론회장의 모습이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난임치료사업 제도화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한의협 이은경 기획이사는 초저출산 국가 진입에 따른 정부정책이 추진됐으나 한의는 배제됐었다고 주장했다.
이은경 기획이사는 "2006년 난임치료 지원정책이 도입됐으나 난임치료 대상 및 지원범위에 대한 사항만 변경되는 등 새로운 정책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며 "난임치료를 위한 의료지원의 종류에는 체외수정과 인공수정으로 한정돼 난임부부들은 양방시술 후 한의의료를 별도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약 난임치료 효과 안전성 입증했는데 의사들 때문에 사업 어려워"
제도화를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의 입증이 필수. 이은경 기획이사는 한의약 난임치료의 우수성과 안전성 입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이사는 "한의약 난임시술은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임신 전 배란불순의 개선, 임신과정에서의 착상률을 높이고 임신의 유지 및 안전한 출산까지 임신 전 과정에 있어서 산모와 태아를 건강하게 관리한다"며 "한의약 난임치료 임신율은 20% 이상, 안전성은 임상화학자료 분석 결과 이상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약 난임치료는 건강한 출산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라며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됐는데 의사들의 안 좋은 이야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난임극복 지원 확대를 위한 관계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한의난임치료 첩약을 급여화하고, 국가지원사업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
이 이사는 "모자보건법에서는 난임 등 생식건강 문제 극복을 위해 지원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난임시술 기준 및 지정에 한의학을 포함하고 있다"며 "그러나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에서는 난임시술 의료기관 지정 기준, 시설 및 인력 등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약 난임치료 도입을 위해 ▲모자보건법 등 법 개선 ▲한약(첩약) 급여화 ▲국가지원사업으로 진입 ▲난임치료 근거 마련 활성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김동일 교수는 '한의약 난임치료의 효과성 분석 및 제언'을 주제로 한의약 난임치료의 배경과 지자체 사업 결과에 대한 고찰을 진행했다.
김동일 교수가 지역 한의약 난임 치료사업의 성과로 예를 든 지역은 ▲2011년 경기도(임신율 및 출산율 24%) ▲2014년 수원(임신율 32.1%) ▲2014년 부산시(임신율 27%, 임신 유지율 20%) ▲2015년 익산시(임신율 30%) ▲제천시(임신율 33%) 등이었다.
김동일 교수는 이같은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이유로 ▲적은 대상자 수와 표준 치료법 사용 부재 ▲적절한 한방치료 대상자 선정의 어려움 증가 ▲사업에 대한 총괄적 관리 부재 ▲대상 난임 환자와 배우자의 연령 증가로 인한 사업별 편차 ▲보조생식술의 지원과 급여화로 인한 대상자 모집 곤란으로 치료 난망의 참여자 증가 등을 꼽았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인천시 A구의 경우 한방난임치료 사업으로 2016년에는 39명 중 3명만, 지난해에는 대상자 30명 중 불과 2명만 임신에 성공했다.
심지어 D 지자체는 2016년 2017년 모두 임신성공자가 0명이었다.
이날 메디칼타임즈는 김동일 교수에게 다수의 지자체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차가 너무 크게 차이나는 이유를 물었다.
김동일 교수는 "지역별로 환자 모집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난임 예방과 생식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한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적절한 대상자 선정과 관리를 통한 치료 효율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자체 사업 관리도 개선해야 한다"며 "모범적인 사업모형을 개발해 적용하고 진료 한의사 및 사업 담당 인력에 대한 표준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익산시보건소 "한방 치료 후 몸이 건강해지고 가임력 높아져 보조생식술 성공"
익산시보건소 이진윤 보건사업과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익산시에서 진행한 한의약 난임치료사업 결과 평균 34.2%가 임신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한의약 난임치료 후 추적관찰 기간에 인공 및 체외수정으로 성공한 임신성공자에 대해선 "한방으로 몸이 건강해지고 가임력이 높아져 성공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는 "한방난임치료에 만족한 이유를 살펴보면 한약으로 몸이 건강해지고 생리혈이 개선됐다고 했다"며 "침과 뜸으로도 생리통이 감소됐다는 답변이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임신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한의사회장 "특정 직군 보건소장되면 한방난임 비협조적"
부산시 한의사회 오세형 회장은 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오세형 회장은 "과거 선조들은 임신 못하면 쫒아냈다. 한의약은 난임이나 출산에서 특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고 월경 및 생리통에 효과적"이라며 "의료현장에서 보면 국가가 한의사를 배제하고 있는데 국민을 위해, 진정 난임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계에 대한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오세형 회장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협조적인데 특정 직군이 일선 보건소장이 되면 돌변한다"며 "양방 난임치료가 급여화됨에 따라 보건소에서도 한방난임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정 직군 보건소장이 있어 전혀 협조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의료정책 시행하는 국가가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고 있다"며 "양방 난임시술은 시술할수록 성공률이 떨어지지만 한방은 압도적으로 높고 설령 임신이 안 되도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양한방 협진을 하면 더 효과적인데 현장에서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방난임사업 결과를 발표하는 한의사회 행사에 특정 단체가 와서 고함을 지르고 깽판쳤다"며 "이게 정상적이냐. 복지부가 이런 상황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한방난임치료 받을 때, 안 받을 때 차이 뭔가, 기준은 있나"
의료계에서는 한방 난임에 대해 무조건 반대보다는 통계적으로 접근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토론회가 열린 11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한의계에서 발표한 임신성공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기준치가 있어야 한다"며 "기준이 없으면 통계가 왜곡돼 30%가 될 수도 있고 0%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한방난임치료의 문제점은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방난임치료를 할 때와 안 할 때 달라지는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산모가 복용하는 첩약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안전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산모가 복용하는 첩약에 대한 안전성이 가장 문제"라며 "그 약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좋은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통계적으로 어떤지 산모에게 이야기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행적으로 써왔다고 하더라도 특히 산모에게 쓰는 약은 0.1%라도 위험하면 쓰면 안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한의사회 오세형 회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시의사회 추교용 이사는 "부산시 오세형 한의사회장 말을 들어보면 의사 보건소장이 한방난임사업에 협조를 안 한다는 의미인데 사실과 다르다"며 "부산시 내 보건소 중 의사가 보건소장인 곳은 12개소, 비의사 보건소장인 곳은 4개소인데 한방난임치료사업에 모든 보건소가 다 참여했다. 비협조적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방난임치료 과학적 근거 물었다고 결례라는 한의사회"
한의사회 행사에 특정 직군이 와서 "고함을 지르고 깽판을 쳤다"는 오세형 부산시 한의사회장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비난했다.
추 이사는 "지난해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개최한 '2016년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결과' 발표를 놓고 말하는 것 같다"며 "당시 사업 결과 보고자리에 한방난임치료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학적 검증'을 묻기 위해 부산시의사회 회원들을 포함한 다수의 의사가 참석했다"고 운을 띄웠다.
추 이사는 "당시 누구도 고함을 지르지 않았고 깽판도 치지 않았다. 당시 취재를 왔던 언론사도 있으니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며 "한방난임치료 임신 성공이 자연임신인지 한약의 효과인지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나라는 점을 물었는데 오히려 한의사회장이 그런 자리에 따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적 근거를 물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오세형 회장은 전세계에도 없는 결례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빠진 난임치료 토론, 알고보니 한의협에서 의협 패널 참석 거절
한편, 의협 한특위는 이날 토론회 패널 참석을 한의협에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교웅 한특위원장은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기 위해 한의협에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다"며 "한방난임치료가 통계적으로 약하다보니 의협 한특위에서 무슨 주장을 펼칠 지 아니까 거절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에서는 한의계에 나오고 싶으면 나오라고 한다. 환자와 난임부부를 위해 통계적으로,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토론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심지어 플로어에서조차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듣고 아예 참석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