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장내과 석학들 "지나친 혈압 조절은 신장 결과 안 좋을 수도, 메트포민 처방도 너무 엄격해"
손의식 기자
기사입력: 2018-07-16 1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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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질환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 약물치료와 함께 기저질환과 영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특히 신장질환 환자의 연령 및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지난달 29일 국내 신장내과 전문의들이 모여 이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날 신장질환 학술토론회에는 고려대학교 차대룡 교수를 비롯해 전북대학교 김원 교수, 연세대학교 유태현 교수, 가톨릭대학교 신석준 교수, 보라매병원 이정표 교수 등 신장질환 분야의 국내 석학들이 대거 참여해 치료와 관리를 위한 지견을 공유했다.
이날 처음 꺼내든 키워드는 혈압. 특히 최근 130/80mmHg 이하로 개정된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차대룡 교수는 "고혈압 새 가이드라인 때문에 논란이 많이 되고 있고 이번에 새로 나온 미국 가이드라인 인정하시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며 "고혈압 경계선(Borderline HTN) 개념도 없애버렸다"고 운을 띄웠다.
차 교수는 "SPRINT 임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SPRINT의 문제점은 당뇨환자가 일단 없다라는 것"이라며 "그리고 SPRINT 임상에서 측정한 혈압의 정확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어서 신장내과에서는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나온 유럽 가이드라인과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수치를 계속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차대룡 교수는 "(유럽 가이드라인과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경계선(Borderline HTN) 개념이 그대로 있고 Pre HTN도 그렇다"며 "치료의 목적도 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나이 상관 없이 130/80mmHg 이하로 한다고 돼 있는데, 미국당뇨병학회 반박에 따르면 SPRINT에는 당뇨 환자가 없었기 때문에 이 가이드라인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태현 교수 역시 신장내과 측면에서 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유태현 교수는 "SPRINT 결과를 놓고 볼 때 신장 내과 측면에서 안 좋은 것은 급성신장손상이나 eGFR 감소가 인텐시브 그룹에서 더 많았기 때문에 신장병적인 측면에서는 그런 리스크를 조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신장내과 의사 입장에서 그렇게 엄격하게 (혈압을)컨트롤하면 신장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정표 교수는 SPRINT 임상과 관련해 실제 혈압과 연구에서의 혈압 측정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표 교수는 "SPRINT 임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과 연구에서 진행했던 혈압 측정 방법의 차이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그 차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되게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근래에는 24시간 혈압 모니터링하고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을 환자들에게 많이 강조하면서 실제 두 혈압의 차이 또 24시간 혈압 간의 차이를 보려고 많이 하는 편"이라며 "그런 것들이 어떤 차이를 내는 지를 주시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는 "절대적인 혈압 값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그 환자의 혈압 변동이 어떠냐에 관심이 많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이쪽에서는 연구가 많이 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순환기내과나 신경과 쪽에서 혈압 변동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어서 우리도 그 쪽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화혈색소도 신장질환자에게 중요한 관리 요소 중 하나. 이날 토론자들은 당화혈색소 수치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차대룡 교수는 "교과서적으로는 7%라고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루즈하게 하는 게 어떨까 싶다"며 "예를 들어 투석 환자 중에 80세 근처에 되시는 분들이 많은데 7%까지 낮추기 위해 입원해서 인슐린 맞는 건 아니다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너무 방치하지는 않는데 예를 들어서 이제 기저질환이 너무 많은 분들은 8%까지도 올려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싶은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정표 교수는 "CRC for ESRD 연구팀 자료를 바탕으로 나이든 환자에서 혈당조절을 어느 정도까지 하느냐 분석을 했었는데 한국 자료로는 8%까지 정도로 하는 것이 크게 나쁘지 않다라는 결과였다"라며 "더 올리거나 낮추는 것은 별로 좋지는 않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환자가 젊으면 더 낮추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여러 만성질환이 있고 나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굳이 낮추려다 다른 이벤트들을 만드는 것보다는 8% 정도를 마음 속에 두고 조절을 해 가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병을 동반한 신장환자의 관리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차대룡 교수는 "메트포민에 대해 요즘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아직도 CCr 40-50mL/min, 우리가 30에서 45, 3b 그룹에서는 좀 풀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근 메타 분석에 나온 것을 보면 3b까지는 안전한데 너무 엄격하다는 내용들이 있고, 메트포민을 쓴다고 다 젖산산증(lactic acidosis)이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메트포민에 있어 사구체여과율(GFR)을 어떻게 고려할까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차대룡 교수와 신석준 교수는 메트포민의 효과에 비해 GFR에서 타겟을 너무 높게 잡은 측면이 있다는 지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정표 교수 역시 "메트포민으로 당뇨병 치료가 잘 되고 있는 환자에게서 신장 기능이라는 지표만으로 약을 끊었다가 당 조절도 흔들리고 고혈당증(hyperglycemia)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병원 자료로 분석 했을 때 3b 정도 환자들에게서는 좋은 결과들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태현 교수는 투석환자에게 처방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태현 교수는 "CKD 4기 환자에게도 약을 쓰고 있다. 더 문제는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zing effect)을 가지고 있는 약제들이다"며 "내분비내과에서 GFR이 떨어졌다고 메트포민을 안 쓰고 피파감마 작용제(PPAR-gamma agonist) 같은 걸 써서 부종이나 체중 증가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주 팔로업을 하지 않고 전해질(electrolyte) 등을 잘 보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팔로업을 하고 있는 환자라면 어차피 우리가 검사를 잘 보니까 쓰는 것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테이지 5단계 투석 환자라도 크게 쓰는 게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원 교수는 eGFR의 변동이 큰 환자에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 교수는 "메트포민을 쓰고는 싶은데 eGFR 변동폭이 큰 환자들의 경우 30~40mL/min/1.73m2에서 약을 썼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eGFR이 20mL/min/1.73m2이하로 쭉 떨어지는 등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