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공의가 갑이다." "솔직히 전공의 수련에 문제가 정말 많다."
의료계 최고 석학 단체로 꼽히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지난 19일 개최한 학술포럼에서 전공의법 시행 이후의 전공의 수련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학술포럼의 주제는 '전공의 수련 60년'. 전공의 수련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오히려 수련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의료계 석학들의 우려다.
한림원 정남식 회장은 "법 제정 이후 수련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지금은 수련과 근무가 혼재돼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 바쁘다. 의료 본질이 어긋나고 있다"고 꼬집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전공의 급여 보조금 지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재 비정상적인 병원 운영을 멈출 수 있도록 수가를 정상화해달라"고 했다.
한림원 한상원 학술위원장(연세의대·비뇨의학과)도 "요즘 전공의 수련은 정말 문제가 많다. 묻어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씽크탱크 없이 정권에 따라 공무원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게 문제다. 전공의 수련을 도맡아 이끌어 나갈 독립적인 기구 설립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지금의 전공의 수련은 전공의가 더 배우고 싶어도 주80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에 막혀있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 책임지도전문의 '보상' 없이 '희생'만 강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고민은 전공의 수련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특히 전공의 책임지도전문의에 대한 재정적 보상 필요성이 제기됐다.
성애병원 조혁래 과장(마취통증의학과)은 "일선 중소병원에선 더 이상 인력으로 보기 어렵고 교육에 보상도 없는데 왜 전공의 수련만 강조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는 교육도 하고 강의도 하지만 해당 보상이 없다. 이는 의대교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전공의 급여에 대한 지원 요구는 있지만 그들을 교육하는 지도전문의에 대한 보상은 비용산출조차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상계백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정부지원금 물꼬가 터졌으면 한다"며 "실제로 현장에선 책임지도전문의에 대해 보상은 없고 책임과 중압감만 크다보니 교수를 선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책임지도전문의에 의해 양질의 수련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인성을 갖춘 의사가 길러지는 만큼 그들의 헌신만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국가보조금 형태로 수당을 챙겨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수련 실무담당자 입장에서 볼 때에도 책임지도전문의에 대한 보상 없이는 수련프로그램 개발 등 전공의 수련이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용욱 수석부회장도 "당초 전공의법에 정부 지원을 명문화하지 않다보니 흐지부지되고 있다"며 "전공의 수련에 적절한 보상과 더불어 수련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투자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권근용 사무관은 전공의 급여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공의 수는 약 1만 5000여명으로 그들의 급여를 산출하면 약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보건의료정책 예산이 10조다. 단순히 전공의 급여로 접근해서는 논의자체가 어렵다"며 "전공의 역량 평가 툴 마련 등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수련 60년이 흘렀지만 전공의 제도는 크게 달라졌는데 의료법은 그대로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 수련 프로그램과 관련 학회에서 연차별 교과과정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