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던 의협 최대집호가 벼랑 끝에서 되살아났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 불발이 현 집행부의 역량에 만족해서가 아닌만큼 최대집호에 대한 평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주최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문케어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은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결과만 보면 의협 집행부의 완승이다. 하지만 이날 임총에 참여한 대의원 상당수가 "잘하고 있어서라 아니라 좀더 지켜보자"는 여론이 강해 최대집호에 더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날 전라북도 한 대의원은 "최대집 집행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손 치더라도 별다른 카드가 없다"면서 "회원들 또한 대안이 있느냐에 대해선 이렇다할 답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즉, 현 집행부의 협상력 및 업무추진력 등에 불만은 있지만 또 다른 비대위가 뾰족한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또한 의문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비대위 구성에 대한 피로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집 집행부는 사실상 추무진 전 집행부 당시 비대위가 바통을 이어받은 격. 비대위를 기반으로 당선한 의협 회장을 두고 또 다른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보였다.
한 대의원은 "의협은 비대위 천국"이라며 최대집 회장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또 하나의 비대위를 결성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대의원들 "집행부 불만 있지만 기회 한번 더 주자"
이번 임총은 재적대의원 239명 중 178명이 참석하는 이례적으로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대의원들은 의협 집행부에는 경각심을 줌과 동시에 이를 계기로 최대집 회장을 중심으로 한번 더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임총 현안 질의에서 대의원들이 불만 섞인 질문을 쏟아냈지만, 비대위 구성은 보류하면서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대구 한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된 것은 최대집 집행부가 잘한다는 게 아니다. 더 잘하길 바란다는 의미"라고 견제하면서도 "뭉쳐야 살 수 있다"고 집행부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솔직히 임총 발의안에 동의는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된다고 해도 의협 내부가 찢어져서는 어떤 일도 헤쳐나갈 수 없다"며 "최 회장을 중심으로 뭉쳐서 추진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총 발의안을 제안한 정인석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은 안됐지만 의미가 있었다"며 "특히 이례적으로 높은 참석률은 그만큼 임총 발의에 공감했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비대위 결성에 반대한 대의원도 현 집행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뜻을 펼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여론을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며 "13만 의사를 위해 좀더 노력해달라는 경고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비대위 구성은 안됐지만 이것이 곧 집행부에 불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임총에서 제기한 대의원과 회원들의 의견을 잘 들어달라"며 "이번 임총은 집행부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경각심을 안겨주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