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부 부처나 학회별로도 사용하는 의학용어가 나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학용어 통일이 중요하다."
지난 9일은 한글날로 훈민정음 반포 572돌이었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글날을 맞이해 의학용어집 제 6판 발간을 앞둔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의 조영욱 학술자문위원을 만나 의학용어 표준화 작업에 대한 의미를 들어봤다.
의학용어위원회는 학회별로 다르게 사용하는 용어나 새로운 기술, 진단명에 대해 표준의학용어를 제정하는 곳이다.
의학용어위원회에서 발간을 앞둔 의학용어집 제6판은 2015년 12월 의학용어집 제5판이 발간된 뒤 3여년 만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현재 학회수렴을 확정하는 마무리단계로 금년 말 배포가 예정돼 있다.
조영욱 학술자문위원은 이번에 발간되는 의학용어집 6판이 의학용어 통일의 마지막 단계를 앞뒀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에 1판부터 5판까지는 하나의 영어 의료용어에 여러 가지 용어들이 있어서 용어집이 영어사전 같았습니다. 똑같은 단어지만 학회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영어 단어 하나에 많으면 7개의 한글단어가 붙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에 발간예정인 6판은 아무리 많아도 영어단어 하나에 2개의 용어로 줄인 부분에서 큰 의미가 있죠"
이번에 발간되는 6판은 위원회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갈리는 단어들을 제외하고는 90%이상 통일화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이후 만들어질 7판의 경우 의학용어 통일화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조 위원은 내다봤다.
조 위원에 따르면 의학용어는 약 7만6000여개로 의료용어집 6판의 정리 상황은 총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먼저 용어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이뤄져 1개의 대표 한글용어로 통일이 돼서 전체 용어의 90%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를 기준으로 의료용어 통일 작업이 90% 이상 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아직 통일되지 않은 의학용어는 몇 백개 정도가 남아 있는데 합의가 일정 부분 이뤄졌지만 약간의 논란이 있는 경우와 용어에 대한 합의가 잘 안 된 경우 표기 방법이 나눠진다.
용어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됐지만 논란이 있는 경우 △abdominal muscle : 복근 (동의어=배근육) △abscess : 고름집 (동의어=농양) △adrenal cortex : 부신피질 (동의어=부신겉질) △kidney : 콩팥 (동의어=신장) 등과 같이 표시하며 용어에 대한 합의가 잘 안된 경우 △alveolus : 폐포, 허파꽈리 △mammary gland : 유선, 젖샘 △aneurysm : 동맥류, 동맥꽈리 등과 같이 표기한다.
그렇다면 의학용어 통일화를 90%이상 진행하는 중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조 위원은 실제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회원들의 인식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경우는 의사회원들이 불만이 없지만 이전에 한글용어집 3,4판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그 두꺼운 것을 왜 만드는 것이냐는 의견이 있었다. 영어를 쓰면 되지 굳이 한글을 쓸 필요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죠"
이러한 인식이 바뀐 것은 정부의 전산화로 질병을 한글로 써야 하고 하는 것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게 조 위원의 의견이다.
"정부가 전산화를 하니깐 질병이나, 진단명을 한글로 입력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다르다 보니깐 실제로 지금도 정부부처별로 의학용어들이 다른 경우가 꽤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의학용어 통일 작업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조 위원은 의학용어위원회가 통일화된 용어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선 모든 의학용어를 한글로 통일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요구해 정부부처마다 용어가 다른 부분도 바로 잡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단시간 내에 해결하긴 어려운 문제. 조 위원은 긴 호흡을 가지고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지금까지 계속 써왔던 용어를 이제 바뀐 용어로 사용하라고 해서는 바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의과대학 교육과정부터 적용이 돼야 하고 통일된 용어로 교육을 받은 인원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