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대구 수성구 파동에 파동신세계연합의원을 개원한 김은용 원장은 지역 내에서 사진 찍는 의사로 통한다.
실제로 의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반겨주는 것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 사진. 이 사진들은 모두 파동신세계연합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사진이다.
"환자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개원 2년쯤부터에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할머니 환자가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명 똑딱이 카메라로 찍었는데 이후 환자분께서 돌아가시고 유가족들이 그때 찍은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활용한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죠."
김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찍은 사진을 요청하면서 지금은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제공하기 위해 DSLR 카메라로 바꿨다고 한다.
"개원하고 10년이 넘다보니 현재 사진을 찍고 영정사진으로 사용하신 환자분이 100분이 넘어요. 진료실 앞에 사진을 찍고 붙여놓으면 환자분들이 가져가기도 하고 원본이 필요하면 드리기도 하죠. 한 장 출력해봐야 장당 200원 인데 그것에 비하면 보람이 큰 것 같아요."
현재 파동신세계연합의원이 위치한 건물 벽면에는 '당신의 주치의가 돼 드리겠다'라고 쓰여 있다. 지역사회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김 원장이 처음 가정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였다고 설명이다. 가정의학과를 처음 선택하게 된 계기도 '가족' 때문이었던 것.
"처음에 신경외과를 갈려고 타 도시에 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심근경색이 있으셨고 수시로 올 수 있는 과가 아니다보니 포기하고 가정의학과를 선택하게 됐어요."
그래서일까. 김 원장은 진료 중 작성하는 차트에는 진짜 가족처럼 환자에 대한 진료사항이 '많이 부풀리는 성격이다' '쉽게 실망을 한다' '우울증 주의' 등 세세하게 적혀있다.
"환자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차트에 집안 사정 등을 적어놔요. 예를 들어 환자가 당시 진료 때 우울해 보였을 경우 나중에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당시 적은 내용들을 수정하면서 계속 업데이트 하는 식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단순히 진료를 하는 의사가 아니라 가족처럼 된 것 같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김 원장이 다양한 환자를 만나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환자는 어린 중학생 환자. 이 환자를 통해 지역사회에 녹아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생부터 오던 학생이 어느 날 진료를 보러 왔는데 들어와서 그냥 막 울더군요. 알고 보니 아버지랑 싸우고 집을 나왔는데 갈 곳이 없으니깐 병원으로 온 거였어요. 동네 의원 주치의라고 학생 딴에는 찾아온 것 같은데 그만큼 아이에게 믿음을 줬다는 생각에 굉장히 뿌듯했어요."
특히 김 원장은 주치의라면 환자 가족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족 일원이 돼 진료를 하면 단순히 진료에 그치지 않고 어떤 원인, 이유가 있을까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환자에게 야단치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면 이 원장한테 다시는 오나봐라 하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가족 간에는 결국 다 풀잖아요. 환자분들도 나중에 또 진료를 받으러 오면 그 때는 미안해하는데 이미 가족처럼 편하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의료현장 최일선에서 환자를 만나는 김 원장이 바라보는 주치의제도가 자리 잡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그는 주치의제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다고 언급했다.
"암이 의심돼 의원에서 검진을 받고 종합병원에 가면 다시 처음부터 검진을 하는데 그렇게 되면 환자는 동네의사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주치의제도가 좋은 제도지만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아무리 맹활약을 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결국 주치의제도가 안착되고 자리 잡기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김 원장은 추후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국의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고 어느 영역까지 진료를 하는지 의료전달체계를 공부해보고 싶어요. 물론 도움이 된다면 연계해서 연구도 해야겠죠. 그 외에 는 동네 분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는 게 저의 바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