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당시에 맞고 버티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어떤 방식으로든 앞길을 막는 행동을 할 때는 전공의는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고,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무용지물이 될까 두렵다."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들은 전공의 폭행 이슈와 관련해 이미 2차 피해는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A교수는 전공의들을 1년간 수시로 때린 사실이 들어나 병원 측의 직위해제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교수에게 내린 직위해제 처분이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뒤집히면서 A교수는 언제든지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해당 병원 전공의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C전공의는 "크게 이슈가 됐던 사건인 만큼 직위해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결정 취소가 이뤄져 다들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며 "이 사안에 대해 병원도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조치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A교수는 전공의 폭행 건에 대해 재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해당과 전공의들은 이러한 법원의 결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상소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재판과정에서 해당 과 전공의들에게 들어온 외부의 압박. 이미 해당과 전공의들은 2차 피해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한다.
D 전공의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로 협박성의 말을 듣거나 '너네 그러면 안 된다'는 식의 달래는 말을 꽤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한 경우 다른 교수에게서 '너도 나 고소할거냐'는 직접적인 2차 피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해당 과 전공의들은 이러한 경험으로 현재 A교수의 복귀 시 2차 피해에 대한 무서움이 큰 상태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B전공의는 "복귀날짜만 정해져있지 않았지 돌아오는 게 거의 확정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크다"며 "교수라는 지위가 단순히 병원 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전공의보다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2차 피해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부분에서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해당 과 전공의들이 폭행으로 고소 당시에는 2차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를 했지만 A교수의 복귀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것.
즉, 시쳇말로 어떤 방식으로든 '앞길을 막는' 행동을 할 때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막막한 상황이라는 것이 B전공의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공의의 경우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게 가장 큰 압박 같다"며 "일부 전공의는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고소하는 것보다 차라리 맞고 말겠다고 말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정부가 가해자의 지도전문의 자격 영구 박탈 등을 포함한 범죄 표준처리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명무실한 이동수련 절차 역시 현실에 맞게 즉각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피해자 전공의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수련환경 보장을 위해 반드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 2차 피해를 예방해야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 징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