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치의로서 교육을 하는 것이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환자 스스로 질병을 예방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주도 탑동에는 365일 연중무휴로 환자를 맞이하는 탑동 365일의원이 위치하고 있다. 의사 6명이 함께 근무하는 365일의원은 이름에 맞게 밤 11시까지 환자를 진료한다.
이날 기자가 찾아간 고병수 원장은 마침 일주일에 한번 실시하는 어린이집 교육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그는 지역사회 주치의로서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린이집 방문 교육을 시작했다.
"가을철 건강관리부터 보호자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를 준비해 이야기합니다.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관련 내용을 처음 들었다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전부 병원에서 이미 들었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특히, 현재 의료시스템은 매일 많은 환자를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의 부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고 원장의 의견이다.
"가령 '열'이라는 주제로 열이 나면 물도 자주먹이고, 해열제는 언제까지 먹일 것인지 등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하면 보호자들이 놀랍니다. 이러한 교육이 의원 내에서 이뤄지면 좋겠지만 하루에 70~80명을 봐야하는 구조에서 쉽지 않은 것이 지금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현실입니다.
고병수 원장은 처음엔 서울 구리에서 개원했지만 지금은 편찮으신 부모님의 곁에 있기 위해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온 지 벌써 10년째 접어들었다고.
환경이 다른 두 지역에서 환자를 진료해본 고 원장이 느끼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환자를 진료하는데 큰 차이는 없지만 제주도로 내려오고 난 뒤에는 환자의 직업을 꼭 물어본다고 했다.
"제주도가 도‧농‧어가 합쳐진 곳이다 보니 도시사람처럼 보이지만 밭을 매고, 해녀가 직업인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11월은 귤 따는 철이다 보니 주말에 밭이나 농장에서 부업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다 파악해야 환자를 정확히 진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고 원장은 환자의 정확한 주소를 파악하는 것도 제주도에 내려온 뒤에 생긴 습관이라고 한다.
"제주도 변두리 같은 곳은 병원도 없고, 차타고 한참 가야하는 한림, 한경, 애월 같은 곳에서는 아프거나 가족의 문제가 있을 때 연락이 오기 때문에 미리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거리가 먼 경우에는 약을 지어주는 기간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주소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일선 현장에서 고 원장이 느끼는 문제들의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의 수가체계 아래서 많은 환자를 보는 의사가 성공한 의사가 되는 풍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성공한 의사의 길이 무엇인가 이야기하면 '엉덩이에 땀띠가 생겨야한다' '치질이 생겨야 한다'하는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이것의 이면은 환자를 최대한 많이 봐야 한다는 현실과 압박이 투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환자를 충분히 진찰할 수 있도록 수가의 개선과 더불어 일차의료에서 모든 과가 경쟁하는 구조도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고 원장은 주치의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 의사들도 함께 노력해야 된다고 전했다.
"의사들도 수가를 중심으로 우리가 힘든 것만을 내세우다보니 국민들에게 좋은 정책이 한걸음도 못나가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정책 시행에 의사들이 국민들을 먼저 바라보는 노력도 함께 이뤄진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