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원가는 얼마일까요? 거두절미하고 각종 약품과 치료재료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사실 전신마취나 국고마취 등으로 구분해야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으니 국소마취로 작은 수술을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국소마취 혹은 부분마취의 경우 주사기 50원, 국소마취제 500원, 봉합용 실 2000원(싸게는 100원), 소독용 각종 약품 100원, 소독된 거즈 500원, 칼날(메스) 200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재료의 원가만으로 계산한다면 5000원 정도면 국소마취를 통한 간단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이런 치료재료와 약품은 눈성형 수술 즉, 쌍꺼풀 수술을 하는 재료입니다. 외과나 정형외과 등에서 하는 표피낭(dermoid cyst)나 지방종(lipoma) 등도 같은 치료재료를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표피낭 수술의 경우 의사의 의료 행위료는 8만원에 불과 합니다. 이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는 10여년 동안 고된 수련을 거쳐 탄생합니다.
외과 전문의인 필자는 외래에서 대략 4가지의 수술을 시행합니다. 표피낭, 지방종, 내성발톱 그리고 방아쇠 수지(trigger finger)입니다. 그외에도 간단한 것들을 시행하지만 통계를 내어 보면 많지가 않습니다.
2018년 1년간 표피낭의 경우 113개의 수술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술 자체의 매출은 형편없습니다. 겨우 950여만원 정도입니다. 또한 방아쇠수지라는 질환에 대한 수술도 145개의 수술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역시도 수술로 인한 매출은 1650여만원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일각에선 "월간 매출아니냐"고 묻는데 연간 수술한 총액입니다.
사실 연간 145례나 되는 방아쇠수지 수술을 하려면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오고 있지만 이렇게 수술을 해도 혈액검사를 하지 않고, 입원을 시키지 않으며, MRI를 촬영하지 않습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오로지 국소마취로만 수술을 하게 되면 외과의사에게는 적자 경영과 폐업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최근 찾은 자료에 의하면 영국의 경우도 2430유로 한화로는 310만원 정도 됩니다.
미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약 1300~3000달러 그외 기타 비용(재활치료 비용)을 포함하면 1800달러(최소 200만원에서 390만원) 이상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표피낭의 행위료로 산정한 수술비는 8만원, 방아쇠수지 수술(용수지수술)의 경우 행위료로 산정한 의사의 의료 행위료는 10만 9910원입니다.수술이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하는 의료기술입니다. 대부분의 수술은 한번의 치료로 영원히 고통이나 장애에서 혹은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합니다.
그래서 수술을 결정할 때는 많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책정된 수술비 체계 아래에서는 수술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환자도 없으며, 수술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의사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술비 책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의료행위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현대 민주적인 사회 자본주의적인 사회에 맞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술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외과의사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외과 질환이라는 것이 감기처럼 고혈압처럼 매일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시면, 감기, 배탈, 피부질환, 고혈압, 당뇨는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암이나 외과적 수술을 할 질환을 가지신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외과 수술은 성형외과의 쌍꺼풀처럼 같은 재료로, 같은 시간을 들여서, 같은 전문의가 심혈을 기울여서 하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처럼 방아쇠수지수술(용수지수술)이 몇백만원이 되지는 않더라도 또 쌍꺼풀 수술처럼 100만원은 아니더라도 10만 9910원에 방아쇠수지 수술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의사들을 위해 공정하고 정당한 것인지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