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폐암 조기 선별 액체생검 키트 허가 후, 위암 등 항암제 내성 및 반응률 분석에 활용
원종혁 기자
기사입력: 2019-01-03 05: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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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진단과 치료 분야에 혈액 샘플을 활용하는 '액체생검'으로의 패권 이동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자 부담이 높은 기존 조직생검과 비교에서도 암진단 민감도를 비롯한 표적 항암제 내성을 확인하는데 앞선 결과지들이 여럿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16년 EGFR 유전자 변이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cobas EGFR Mutation Test v2' 등의 액체생검 키트가 허가관문을 넘어선 이래로, 다양한 암종에서 액체생검 관련 기술들이 개선과 보완을 거듭해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유방암 분야에도 액체생검(혈액생검)의 열쇠가 되는 혈중순환종양DNA(Circulating Tumor DNA) 분석법을 활용해 위암 항암제 내성을 모니터링하는데 성공적인 결과물을 공개했다.
HER2 양성 암종에 주요 치료 옵션인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등의 표적항암제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를 확인하고, 치료제 반응률이 높은 환자군을 유전자 변이 여부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이미 폐암 분야에는 2016년부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대규모 암학술회 자리를 통해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검사법으로 혈액생검을 활용하는 방안이 꾸준히 제시돼 왔다.
이에 따라 혈액생검만으로 초기 폐암 환자를 진단해내는 선별검사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다른 암종으로의 확대 적용 방안도 함께 물망에 올랐던 것.
더욱이 소화기학회지인 Gut 최근호에 게재된 이번 결과지가 대거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첫 중국인 임상 자료였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여기서 액체생검법은 HER2 양성 전이성 위암에서 문제가 되는 위암의 내성 기전을 확인하고, 허셉틴의 내성을 확인하는데 조직생검보다 효과적이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광저우 SYSU 암센터 연구팀은 "해당 환자에서 트라스투주맙의 내성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치료전략상 내성 문제를 알아내는 것은 필요하다"며 "액체생검 기반의 ctDNA를 확인하는 것이 종양의 진행을 예측하고 내성 문제의 기전 등을 파악하는데 유효한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78명의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생검법과 액체생검을 통한 416개의 관련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을 저울질했다. 여기엔 HER2 양성 위암 환자가 46명 포함됐다.
그 결과, HER2 암세포 유전체 복제수변이(SCNA)는 선척적으로 트라스투주맙 내성을 가진 대다수의 환자에서 지표가 높게 나왔다.
이외 PIK3CA를 비롯한 R1, C3, ERBB2/4 등의 유전자 변이가 내성에 관여하고 질환의 악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ERBB4 S774G 변이는 트라스투주맙의 치료 민감도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
더불어 NF1 변이가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로, GSK의 HER2 억제제 타이커브(라파티닙)를 비롯한 아스트라제네카 MEK/ERK 억제제 셀루메티닙의 병용전략이 트라스투주맙의 내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도 언급됐다.
다만 연구팀은 "액체생검에는 정상적인 세포에서 나오는 세포유리 cfDNA와 특정 종양의 ctDNA가 모두 포함되는데, 전체 혈액내에는 종양 DNA의 함유량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ctDNA의 민감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혈액생검은 조직생검과 비교해 간단한 시료 채취와 접근성이 강점으로 제시된다. 2016년 국제 암학회 자리에서 임상 적용 가능성이 시사된 이후 혈액생검을 조직생검과의 상호보완적인 진단 기법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손주혁 교수(연세의대 종양내과)는 "임상적 결과들을 살펴보면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사이에는 충분히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며 "일부 암종의 환자에서는 맞춤항암치료를 위해 액체생검이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