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로닉 소액주주 일동이 오는 8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원로 219 루트로닉센터 앞에서 시위를 예고한 이유다.
소액주주 일동은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루트로닉 경영권을 행사하는 황해령 회장은 주주를 속이고 시장을 속여 주주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혔고, 시장에서는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 회장의 말과 회사를 믿고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주가폭락으로 가정이 파탄 나고 스트레스로 인한 합병증으로 건강을 망친 주주가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며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기다릴 수 없다”며 항의 시위 배경을 밝혔다.
루트로닉 소액주주 박민구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액주주들이 루트로닉에 분노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루트로닉이 개발한 황반 치료 레이저기기 ‘알젠’(R:GEN)이 국내와 유럽에서 당뇨병성 황반부종·중심성장액맥락망막변증 허가는 물론 FDA로부터 유의미한 황반부종 승인까지 받았고, 특히 건성황반변성의 경우 임상실험을 통해 의료기기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음에도 회사 측에서 이를 적극 알리지 않아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가톨릭대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노영정 교수가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망막학회에서 발표한 파일럿 임상시험 논문은 알젠을 활용한 선택적 망막 요법(Selective Retina Therapy·SRT)이 중증도의 건성황반변성을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해당 논문을 살펴보면, 건성황반변성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알젠을 활용한 SRT를 실시해 3·6·9·1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치료효과를 평가한 결과 환자 20명 중 8명(42.1%)에서 드루젠(drusen·노화로 인해 황반에 쌓이는 찌꺼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기간 맥락막 신생혈관이나 출혈 등 부작용은 없었다.
그는 “건성황반변성은 아직까지 치료제나 치료기기가 없기 때문에 알젠이 상용화되면 전 세계 200조원으로 추산되는 관련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알젠은 국내외 인허가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다”며 “하지만 루트로닉은 이런 저런 핑계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 등 무책임한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은 루트로닉 황해령 회장의 유상증자 전·후 180도 달라진 태도 변화에 더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구 대표에 따르면, 황 회장은 2016년 유증을 앞두고 “퀀텀점프를 한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다” “알젠의 대규모 상업임상을 미국에서 한다” “주가에 0이 한 개 더 붙을 것이다” 등 온갖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주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며 유증을 설득했다.
소액주주들은 황 회장의 말을 믿고 빚을 내거나 대출을 받는 등 유증에 참여했지만 이후 주가가 반 토막 이상 폭락하면서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된 것.
특히 황 회장은 유증 이후 주가하락 과정에서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주주들의 면담요청을 묵살하는 등 소통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건 주가를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루트로닉이 공시를 통해 명시한 인수합병 등 약속들이 잘 실행되지 않았다면 최소한 그 이유와 대책을 설명하고 소통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회장은 주주들의 면담요구를 받아들이고, 2015년 행한 유상증자 자금 사용처를 명명백백히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오는 8일 루트로닉 시위에는 소액주주 약 30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8일 1차 시위에 이어 2~3주 내 황해령 회장 자택 앞 2차 시위를 위해 용산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의 문제 제기와 8일 시위와 관련해 루트로닉 커뮤니케이션팀 오창희 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할 말이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들은 루트로닉 소액주주들이 투자기업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소액주주와 기업 모두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는 수익을 위한 욕심에서 주가 하락과 같은 리스크를 감안해 하는 것”이라며 “주주들이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해서 주가를 올리기 위해 투자기업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흘리거나 기사화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며 “소액주주들은 주가상승에 호재로 작용할만한 공시 내용을 믿고 투자를 한 것인데, 만약 공시대로 되지 않고 심지어 주가까지 폭락했다면 당연히 해당 기업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단해 주주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업은 공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그 이유와 계획을 공시를 통해 밝히고 주주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루트로닉 소액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기업과의 소통 부재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업체 임원은 주식이 오르든 내리든 그 수익과 손해는 오롯이 투자자의 몫이며, 주주들이 주가하락을 이유로 기업 경영·홍보활동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업정보를 공개하고 설명해야한다”며 “루트로닉 소액주주들이 분노하는 것은 IR이나 홍보팀 등 어느 곳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거나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의 규제혁신 발표 이후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루트로닉과 소액주주 간 갈등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공공성을 가진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함께 이제 막 싹 틔우기 시작한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