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후기 안간다. 차라리 내년에 재도전하겠다." "인턴 급하지 않다. 일단 군대부터 다녀와서 생각하겠다."
이는 2019년도 인턴 후기 접수에 나서지 않은 새내기 의사들의 반응이다. 또한 올해 인턴 후기모집에서 수도권 수련병원까지 미달 사태가 속출한 배경이기도 하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인턴 후기모집 미달 현상은 최근 신출내기 의사들의 급변하는 사고가 일부 반영됐다.
일단 올해 의사국시 합격률은 전년 대비 0.8%감소하면서 2018년 합격자 수 3204명 대비 3115명으로 89명이 줄었다. 즉, 인턴에 지원 대상자가 그만큼 감소한 셈이다. 실제로 인턴 정원은 전년도 10월경 정해지기 때문에 의사국시 합격자 수 증감을 반영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모 수련병원 관계자는 "전년대비 국시 합격률이 떨어져 새내기 의사 배출이 감소한 것도 후기 인턴 미달이 감소하는데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후기 모집 미달현상을 단순히 지원자가 감소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일선 수련병원 관계자와 젊은 의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가장 큰 인식의 변화는 의사국시를 치른 직후 반드시 인턴 과정을 밟아야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이다.
과거 인턴, 레지던트 지원에 실패하면 의사가 되는데 큰 오점이라고 생각해 전기에서 불합격하면 후기라도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인턴, 레지던트 과정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인턴, 레지던트는 해야 의사다'라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최근에는 개원가에서 페이닥터로 활동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만족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현재 개원가에서 페이닥터로 근무 중인 김모 원장(35)은 "당초 개원가를 경험해보고 전공을 선택하자는 생각에서 이길을 택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전문의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대 동기들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느라 고생하는 시기에 수입 측면에서도 삶의 질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턴 전기에서 불합격했더라도 후기에 지원하기 보다는 내년 전기를 기약하며 1년간 여행 및 여가생활을 누리며 당장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모 수련병원 4년차 전공의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의대 졸업하고 인턴과정을 밟는 것은 당연하고 인턴에 불합격하거나 해당 과정을 밟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변 동료를 보더라도 전기에서 떨어졌다고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일단 의과대학 시절을 보상받고자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며 "이는 최근 의과대학에 군대 복무에서 자유로운 여학생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턴 과정 이전에 군복무를 택하는 것도 새내기 의사들의 인식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남자 의사라면 인턴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무사관장교 서약서를 작성하고 군의관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군의관 보다 복무기간도 짧고 자유로운 공중보건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인턴 이전에 군복무를 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공의법 시행 이후 과도기를 피하겠다는 계산도 들어있다. 최근 들어 주 80시간이 자리잡고 있지만 군복무를 마친 이후 인턴 과정을 밟는 것이 더 나은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모 수련병원 전공의는 "최근 인턴 수련에 대한 새내기 의사들의 인식 변화와 맞물리면서 전공의 모집에도 영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최근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생각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의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