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의 여파로 의학회와 의사회 개최 장소로 손꼽히던 대형병원과 의과대학 강당 대관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이 발을 구르는 모습이다.
저렴한 가격과 많은 수용 인원으로 대관 1순위로 꼽혀왔지만 당장 대관이 힘들어지면서 서둘러 다른 장소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한외과학회 산하 학회인 A학회 이사장은 3일 "올해 춘계학회를 끝으로 그동안 대관해온 강당을 빌려주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장 추계학회부터 장소를 새롭게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일부 내과 계열과 달리 외과 계열은 부스 등 후원 유치 등에도 불리한 점이 있어 예산을 짜는 것도 힘든 일인데 대관 걱정까지 더해졌다"며 "대관료가 크게 오를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학회만의 얘기는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여파로 각 대형병원과 의대 강당 대관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관을 담당하는 부서와 인원도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말이나 야간 대관으로 직원이 초과 근무를 할 경우 주중에 휴일을 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이유.
만약 토요일과 일요일에 대관 업무로 출근을 했을 경우 주중에 이틀을 휴가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과 의대 차원에서 대관 일정을 축소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주말 외에는 학회나 세미나 개최가 불가능한 개원 의사회들도 고민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이들은 당장 학회 개최 장소를 구해야 하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외과 계열의 B의사회 총무이사는 "그나마 학회는 임원 교수들이 병원, 의대와 연결점이 있으니 어떻게든 뚫어보는데 우리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라며 "참석 인원이 많다면 호텔 등의 대관도 생각해 보겠는데 현재 인원 가지고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남은 선택지가 백범김구기념관 정도인데 이 곳도 최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오른 상황"이라며 "백방으로 장소를 찾아보고는 있는데 인원과 비용을 만족하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학회와 의사회들만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관이 막힌 보건의료단체들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회비와 등록비가 넉넉한 곳들은 대체 장소를 찾아나서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다른 병원이나 의대를 돌며 장소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산하 C간호사회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행사 진행을 위해 같은 병원 강당을 대관해 왔는데 이번 행사 이후에는 대관 자체가 힘들다는 통보를 들었다"며 "당장 다른 장소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사들이 속한 병원을 중심으로 대체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