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학술지인 JKMA 최신호(2019, v.62)가 자살 예방을 주제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계속 발생하고 있는 자살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신호로 들린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80만명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특히,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2017년 인구 10만 명당 24.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2.0명의 약 2배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근 10년간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살로 인한 사망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7년 통계청 발표한 자료만 봐도 자살은 한국의 전체 사망원인 순위 중 5위이며, 10~30대에서는 1위, 40~50대에서는 2위로 보고될 정도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살문제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우려한 듯 논문은 모두 3편에 걸쳐 대안을 제시했다. 각각의 주제는 '자살예방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사회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정신의학적 접근', '자살에 대한 의료정책적 접근' 이다.
먼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한창수 교수는 자살예방 접근법과 관련해 종합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타 국가의 사례를 통한 예방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도 기구를 설치하고 예산을 투여해 공중보건상의 중요한 질환이나 사고를 막는 정책을 수행해야 하고, 의료기관과 의사를 포함한 다양한 직역의 건강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 교수는 "자살은 정신건강 영역의 전문가들만의 일이 아니다. 자살예방은 일차진료 영역의 모든 의사들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심리학자와 사회복지사, 지역사회를 관할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노인과 학생들을 포함한 지역사회 주민들 모두가 참여하여야 하는 과업"이라며 인식의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지역사회 건강증진센터나 학교, 자살예방센터 등에 기반한 고전적 형태의 오프라인 사업을 잘 연결하여 진행하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의 정보기술을 이용한 예방교육과 위험군 발굴, 심리상담도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실용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김성완 교수는 사회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정신의학적 접근법으로 총 5가지의 전략을 제시했다.
첫번째로 정신건강문제와 알코올 중독에 대한 조기개입과 치료연계 촉진을 꼽았다. 김 교수는 정신질환이나 물질사용장애로 치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센터와 의료기관에서 사례관리를 제공하여 자살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적극적인 민관협력을 통해 자살위기에 대응해야 하고 재발우려가 높은 자살시도자의 특별관리 필요성이다. 셋째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시 복지 자원을 활용한 적극적인 연계를 강조했다.
넷째로는 자살 보도지침의 준수를 꼽았다. 김 교수는 "대중매체의 자살 보도에 따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선정적 보도를 억제하고 보도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주요 자살도구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자살은 전체 사망의 4.4%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의학적 문제 중 하나이며 동시에 사회적 지원과 개입이 함께 필요한 영역에 속한다"며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속하고 보건복지부에 자살예방과가 신설되는 등 자살에 대해 높아진 관심이 실질적으로 재정과 전문인력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 정책이 실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맺었다.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익 교수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 정책적 접근 방법을 세 가지로 함축했다.
첫째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관리 체계의 표준화이고 둘째는 정신과 영역에서의 효과적 상담 치료 강화, 마지막으로 신체질환자에 대한 정신과적 조기 개입 강화다.
박 교수는 "이 세 가지 영역에서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 미흡하거나 또는 비전문가적 접근으로 인해 효율적인 자살 예방 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살 고위험군의 경우 정신과적, 내과적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만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