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경기와 문재인 케어 등의 여파로 병의원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수십 년 전통의 의과대학 동문회도 휘청이고 있다.
자발적 후원으로 이어지던 행사 예산이 크게 줄어든데다 참여도 크게 떨어지면서 과거와 같은 단결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서울의 중위권 A의대 동문회장은 "동문회 살림이 점점 더 줄고 있어 고민이 너무 많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는 있지만 총체적으로 침체되는 분위기라 원로들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의대 동문회는 지난 수년간 특급호텔에서 동문의 밤 행사를 진행하며 수백명의 동문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올해부터는 의대 강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만큼 예산이 녹록하지 않은데다 참여하는 동문들도 줄어가는 추세라 호텔 대관에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동문회장은 "문제는 과거 속칭 잘나가는 선배들의 후원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쟁쟁한 선배들이 뒷선으로 물러나면서 동문회의 살림이 크게 쪼그라든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동문회는 결국 이러한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이 되는 것인데 동문들도 다 경영난이 심해지다 보니 이후 주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과거 병원을 크게 확장하며 동문회를 이끌던 모습이 추억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의대만 겪고 있는 고민은 아니다. 극히 일부 의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의대들이 침체되는 동문회를 걱정하며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최근 동문의 밤을 아예 의대 동문 학술대회로 바꾼 서울의 B의대도 마찬가지 고민에서 이러한 자구책을 끄집어냈다.
김영란법 여파로 제약사 후원을 받을 수 없는 동문회를 아예 학회와 병행해 후원을 받기 위함이다.
B의대 총동창회 임원은 "이대로 동문회를 운영하다가는 도저히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고민이 시작됐다"며 "적어도 제약사의 후원이라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학회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우리 힘으로는 특급호텔 대관이 힘드니 아예 오후에 학술대회를 열어 대관 문제와 동문의 밤 식사비를 해결한 셈"이라며 "평점까지 받아오고 나니 참여자도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 지금으로서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