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모 치료 공간에 오디오 녹음 및 비디오 촬영한 빅데이터를 저장하면 환자가 이상이 있을 때 AI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아이디어다. 앞으로 AI 시스템 개발에 활용해볼만 하다. 앞으로도 현장의 욕구를 잘 파악해 주제선정을 시작하겠다."
"해부학 교육에 VR을 도입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비용은 얼마나 드나? 해부실습도 VR로 가능한가?" "가능하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장기를 직접 해부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문경 서울대병원 인재원에서 열린 분당서울대병원 '2019 심장·심혈관 수술 리서치 캠프'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부럽지 않았다.
임상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와 첨단 물질을 개발하는 기초분야 탁월한 연구실적을 내고 있는 연구원, 그리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역량을 갖춘 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평소 임상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함께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업체 대표들은 이를 상용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기초분야 연구원들은 최첨단 의료기술이 어디까지 진보했는지 제시하자 의료진들은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발전된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캠프에서만큼은 의사-기업-연구원 등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샘솟았다. 직역간 장벽이나 소통의 부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질의 응답이 오가면서 아이디어가 명확해지고 구체화되면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사라졌다. 기업체에서 막연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출시하는 시행착오가 발생할 틈이 없었다.
이번 캠프에서 다룬 주제는 에크모(ECMO) 국산화 프로젝트, 유전체 활용한 폐암 치료, 세포치료, VR 의학교육 등 다양했다. 타이틀은 '심장·심혈관 수술 리서치 캠프'였지만 주제를 흉부외과 분야에 국한하지 않았다.
또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에 대만, 스웨덴 등 다양한 국가의 외국 의료진도 참여해 자신이 연구 중인 주제를 발표하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들의 열띤 대화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오전, 오후로 이어지는 연제 발표가 끝나고 저녁 식사 후 다시 모인 이들은 각자의 관심있는 연구주제나 이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얼마 전 미국 간호사로 간 친구가 있는데 최근 핫 아이템을 물어보니 3D엑스레이라고 하더라" "한국도 양성자 치료기 도입에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장비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등 주제는 더 다양해지고 내용은 더 구체화됐다.
리서치 캠프를 기획한 것은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교수(병원장). 산학연 연구를 활성화 해야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3년 제1회 캠프를 개최한 데 이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전 교수는 "지난 몇년간 바쁜 일정으로 뜸했지만 후배들의 요청에 올해 또 다시 기획하게 됐다"며 "흉부외과 의사 중 연구개발에 관여하는 의사는 별로 없다. 물론 진료 및 수술을 잘하는 게 우선이지만 이후에는 아카데미 써전(외과의사)이 되려면 연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캠프의 주제는 현재 전 교수가 진행 중인 연구 꼭지들. 그는 자신의 연구과제를 모두 꺼내놓고 여기에 관심있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발표는 각 연구에 참여 중인 의료진 및 업체, 연구자가 직접 한다.
전 교수는 "발표한 내용에 대해 듣고 관심이 생기거나 추가 연구를 하고 원하면 연결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후배 의사들이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맛을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구는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단계 연구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연구인력이 부족해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캠프가 원동력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