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택의료의 정의는 '질환' 아닌 '사람' 중심 보상도 충분
권용진 교수 "병원진료 불가능한 환자로 제한해야" 통합필요성도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9-03-28 06: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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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 루게릭 여성환자.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지만 재택의료서비스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물론 집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보호자가 있어야하지만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67세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측삭경화증) 남성 환자로 발병한지 2년여가 지났지만 로봇을 활용해 재택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곁에서 부인의 케어가 있어야하지만 굳이 병원으로 갈 필요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서울대병원공공보건의료사업단이 27일 오후 '한국과 일본 재택의료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주제발표로 나선 일본재택의학회 이시가키 야스노리 대표가 밝힌 재택의료 환자 사례다.
그는 "위와 같은 중증환자는 20%이고 80%가 안정적인 만성질환자로 대상 질환은 다양하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소아환자의 재택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본 재택의료는 '병은 집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며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을 기본으로 의료기관과의 연계, 긴급 상황에서 신속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큰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이시가키 야스노리 대표는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반면 재택의료는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생활 재건과 환자의 만족감을 우선으로 한다고 봤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 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은 주제발표에서 재가서비스기관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문간호'와 의료기관이 주도하는 '가정간호'의 차이점을 제시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장기요양보험의 방문간호는 건강보험 재택의료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뇨발환자 등 중증도가 있는 환자보다 경증환자의 방문간호 이용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로 추측컨데 현재 서비스에 만족도가 낮다는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며 방문간호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서울대병원이 실시하는 가정간호 대상자는 장애인, 인공호흡기 환자, 희귀·난치성 환자, 다내내성균 보유환자 등 중증 환자가 상당수로 충분히 케어가 가능하다"며 "요양병원에 상당수 환자도 재택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재택의료 대상은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해 병원진료가 불가능한 환자로 국한할 것을 제안했다.
일선 개원가의 궁금증은 단연 재택의료만 해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토론에 나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신창록 보험위원장은 의사들에게 어떤 동기부여책이 있는지, 오후 진료를 접고 재택의료를 실시하는데 있어 수입에 변화는 없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도쿄대학교 의학대학대학원 야마나카 타카시 재택의료강좌특임준교수는 "일본의 경우에도 의과대학생 상당수는 교수직 등에 더 관심이 많아 재택의료를 전담하는 수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재 동경의대는 의대생에게 재택의료 실습을 의무화하는 등 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10년후 20년후에는 그들이 이 분야에서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의사의 수입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진료를 할 경우 동일한 시간 대비 외래진료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보상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재택의료 참여 의사가 30%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는 외래환자 진료로 재택의료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시가키 야스노리 대표는 "10년전 의과대학에서 강의 중 재택의료를 하고 싶은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을 때 약 7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며 "의과대학 시절에 교육을 받은 것이 동기부여에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차원에서는 국민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교육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중규 의료급여과장은 "방문간호와 가정간호에 대해 현황 파악을 하고 있으며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퇴원 후 어떻게 의료서비스를 이어갈 것인지 이를 건보에서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재택의료과 관련해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