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소아 심장수술에 사용하는 인공혈관 공급이 재개되면서 환자 당사자와 의료진이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의료현장에선 아직 불안감이 남아있다.
소아 심장수술에 사용하는 미국 고어사의 봉합사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일부 대형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심장수술에 사용하는 봉합사가 10개 미만으로 당장 공급이 시급해졌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한 박스(1box당 12개) 절반도 안남았다"고 전했으며 신촌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신유림 교수도 "한달 전 확인했을 때 8~9개밖에 안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 고어사 한국 철수 당시 대량 구매를 해뒀지만 물량자체가 적어 5박스 이내 수준이었다"며 "어느새 거의 소진해 당장 봉합사 공급이 시급해졌다"고 설명했다.
봉합사는 타사 제품이 존재하지만 흉부외과 특히 소아심장수술에선 고어사 봉합사가 대체 불가능하다.
신유림 교수 등 복수의 흉부외과 의료진에 따르면 고어텍스 봉합사의 경쟁력은 실이 질기고,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특히 바늘구멍을 최소화 출혈을 막아주는 실과 연결된 쇠바늘이 고어사의 독점기술이다.
김웅한 교수는 "고어텍스 봉합사는 판막성형술, 폰탄술에 대체 불가능한 치료재료"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심장판막술 봉합사는 100% 고어사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다른 국가에선 당연한 것을 한국에선 대체 가능 치료재료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제2의 인공혈관 수술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것일까.
정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앞서 고어사 측이 단독 치료재료에 대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공급 차질로 수술중단 사태는 없다.
문제는 공급 가격. 인공혈관은 고어사 철수 이후 100여개 소진한 반면 봉합사는 3천여개 사용할 정도로 더 많은 양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즉, 갯수당 비용은 낮더라도 총액으로 따지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건보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성인 심장수술에 주로 사용하는 고어사 봉합사(4번)를 거의 소진한 상황. 의료진들은 비용에 대해서는 별도 산정불가라도 공급을 요청하고 있지만, 급여로 산정하면 기존대비 4~5배 수준의 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공혈관 사태 이후 이미 가격협상의 주도권이 미국 고어사에 넘어간 상황이라 협상의 여지가 없다. 사실상 요구하는데로 지불해야하는 형편"이라며 "나머지 치료재료라도 가격협상에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고어사가 공급을 약속한 만큼 조만간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으며 복지부 관계자는 "치료재료 가격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