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아나볼릭스테로이드(단백동화스테로이드) 사용을 고백하는 이른바 '약투 운동'의 여파로 의약품 도매상 등 12명이 적발됐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도매상 허가를 받아 몰래 빼돌린 전문의약품과 밀수입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불법 유통·판매한 전 보디빌더 김 모씨 등 1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로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세포 조직 특히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온다.
과거 수영선수 박태환이 맞은 것으로 화제가 됐던 '네비도' 역시 테스토스테론을 주성분으로 하는 호르몬제다.
압수·수색 당시 이들의 거주지 등에서 발견된 전문의약품과 밀수입한 스테로이드 제품 등 시가 10억원 상당의 제품 약 2만개(90여 품목)는 전량 압수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판매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의약품 도매상 영업허가를 받고 정상적으로 공급받은 의약품을 빼돌린 후, 태국에서 밀수입한 스테로이드제품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통해 보디빌딩 선수, 헬스장 트레이너, 일반회원 등을 상대로 약 3년간 수십억원 상당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나 현금 등으로만 거래하고 택배 장소를 옮겨가며 배송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수법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많았다.
보디빌딩 선수나 헬스장 트레이너를 상대로 단기간 내 근육량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스테로이드 주사 스케줄을 정해주는 일명 '아나볼릭 디자이너'로 알려진 이 모씨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는 불임, 성기능장애, 여성형 유방화, 탈모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손쉽게 근육을 만들겠다는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달라"며 "불법 유통되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단속·수사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니터링도 강화해 나겠다"고 밝혔다.